한국적인 면과 선이 살아있는 ‘기아차 기술의 결정체’, 스팅어
[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오랜만에 재밌는 차를 만났다.
대한민국 토종 고성능 스포츠카. 럭셔리 스포츠세단. 기아자동차가 내놓은 5인승 럭셔리 쿠페 ‘스팅어(stinger)’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BMW M, 메르세데스-AMG 등 고성능 수입차만이 주름잡고 있던 국내 ‘고성능차’ 시장에 기아차 스팅어가 새로운 고성능 엠블럼을 달고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특히 전세계 최고의 자동차 개발자들로 구성된 드림팀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주행성능 개발을 주도한 현대기아차 시험·고성능차담당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부사장과 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부사장이 주도한 디자인에 현대차 제네시스전략담당 맨프레드 피츠제럴드(Manfred Fitzgerald) 전무의 입김에 의해 탄생한 한국형 고성능머신 스팅어다.
기아차가 8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스팅어 GT모델 60대가 시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아차의 상징인 호랑이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렵한 헤드램프, 대형 에어 인테이크, 아메리칸 스포츠카가 연상되는 사이드 라인의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 속도감을 강조한 루프라인과 수평으로 뻗은 높은 벨트라인 등이 어우려져 다이내믹함으로 표현됐다.
엉덩이도 빵빵한 짜임새를 갖췄다. 타원형 듀얼 트윈 머플러와 리어 디퓨저로 고성능 차량임을 암시하고 있으며, 볼륨감을 한껏 강조한 리어 펜더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색다른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4,830㎜의 길이에 너비는 1,870㎜, 높이는 1,400㎜의 차체크기다. 자세 낮추고 넓은 외형 실루엣 만으로도 잘 나가는 스포츠카다. 축거(축간거리)가 거의 3미터에 육박하는 2,905㎜다.
외형을 비롯해 인테리어까지 이어진 스팅어의 면과 라인이 예술적이다. 미적 감각을 물씬 풍기는 한국의 도자기 만의 볼록한 라인이 연상된다.
항공기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 패드와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 여기에 항공기 랜딩기어를 닮은 스포크 타입의 원형 에어벤트, 다양한 조작감의 버튼을 적용했다.
스포츠카처럼 낮은 시트포지션과 버킷시트가 고성능 차임을 암시한다. 시트 조정으로 허리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아담한 사이즈의 D컷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억대의 수입스포츠카 핸들을 잡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뒷자리는 키 큰 성인이 장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안락하게 디자인됐다. 푹 파여있어서 엉덩이와 허리를 포근하게 감싸는데다 허벅지 끝까지 받쳐주는 나파 가죽시트가 체중을 골고루 분포시켜줌으로써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편안함을 유지해주는 구조다. 말 그대로 GT(그란투리스모)카다.
시승은 호텔을 출발해 강원도 원주까지 왕복 180㎞를 달리며 스팅어를 경험할 수 있었다. 날렵한 한국형 몸매와 유럽형 퍼모먼스를 경험하며 두 시간가량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며 달렸다.
시승차는 가솔린 6기통 3.3리터에 두 개의 터보차저를 장착한 T-GDI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GT모델 RWD(후륜구동) 풀옵션 차량이다.
5가지 드라이브 모드 중에 스포트로 다이얼을 돌리자 엔진반응이 순간 예민하게 바뀌면서 서스펜션은 단단해지고 스티어링휠은 묵직해졌다. 달릴수록 가속을 재촉하고,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갔다. 으르렁~대는 엔진사운드와 함께 속도계바늘을 순식간에 회전시켰다.
엔진사운드는 살짝 아쉬웠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 시스템은 스피커를 통해서 실내공간 위주로 들리는 음향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배기음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자그마한 아쉬움도 거의 완벽에 가깝게 조율된 스팅어의 주행성능에 여과없이 녹아내렸다.
수시로 억대가 넘어서는 럭셔리 수입스포츠카로 착각에 빠진다.
후륜구동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오버행 앞(830㎜)이 짧아 움직이 날쌔다. 부드러우면서 오차도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핸들링과 반응이 빠른 가속페달은 더할 나위없이 럭셔리 고성능 스포츠카 감성 그대로다.
제로백 4.9초라는 수치도 저rpm부터 폭발하는 엔진기술력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엔진회전수 1,300rpm부터 52.0㎏m의 최대토크를 4,500rpm까지 폭 넓게 끌고 올라간다. 이어서 엔진회전수 바늘이 6,000rpm에 도달하면서 370마력이라는 최대출력으로 차체를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급가속을 돕는 런치컨트롤 장치는 버튼이 따로 없다. 기어 D모드 상태에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으며 2,000rpm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풀가속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속도계 바늘은 거침이 없다. 최고속도까지 모든 영역에서 부족함 없이 회전했다. 8단계로 나눠놓은 변속기는 rpm 바늘 움직임으로 한없이 바쁘다는 걸 알려줄 뿐이다. 속도를 올리고 내리며 기어 다운쉬프트 상황을 만들어도 가감속감이 부드럽고 정교했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코너를 과격하게 진입했지만 쫀득하게 잡아주는 19인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 성능이 타원을 그리며 차체를 안정되게 잡아주며 탈출시켰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더 잡고 싶은 차량을 만났다. 짧은 시승이 아쉬울 뿐이었다. 롱텀 시승이라면 모를까 잠깐의 시승으로는 부족한 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첨단 반자율주행기술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고속도로 주행 보조(HAD)’,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등의 주행보조 기술이 시승을 더욱 편하게 만들어줬다.
시승한 GT RWD(19인치 타이어)가 국내에서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리터당 8.8㎞ (도심 7.9㎞/L, 고속도로 10.2㎞/L)다.
스팅어 2.0 터보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255마력, 최대토크 36.0㎏m의 동력성능에 복합연비는 10.4㎞/L(2WD, 18인치 타이어)이며, 2.2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202마력과 최대토크 45.0㎏m의 힘을 갖추었음에도 복합연비는 14.8㎞/L(2WD, 17인치 타이어)의 효율성을 갖추었다.
이 밖에도 전 트림에 7에어백, 액티브 후드 시스템,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등의 능동적인 안전장치를 비롯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전자식 변속레버,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운전석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 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 렉시콘 사운드 등의 편의사양들로 최고급 스포츠쿠페의 기준을 다시 만들었다.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 김창식 부사장은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역동적인 디자인과 주행성능을 기본으로 한 후륜기반 스팅어는 고급차 라인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판매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담당을 하고 있다”며, “시승을 통해 혹독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가슴을 뛰게 만드는 스팅어의 능력이 몸으로 와 닿을 것이고, 진보된 자율주행 시스템과 강력한 터보 엔진의 적용으로 더욱 안전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고 했다.
현대기아차 고성능차 담당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기아자동차에 오기 전부터 고성능 제품 개발에 대한 부분을 인상 깊게 인지하게 되었고, 스팅어는 개발 초기부터 뉘르브르크링 등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라인업을 만들어 갔다”며, “스팅어는 신규 서스펜션의 개발을 통해 핸들링과 민첩성을 얻도록 했고, 전자 제어 서스펜션은 좀더 높은 핸들링 성능으로 퍼포먼스 그란투리스모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가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비어만 부사장은 “여기에 AWD 등 다양한 시스템과 3가지 엔진 라인어을 통해 유저들이 원하는 드라이빙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스타잉어는 기아차 고성능 기술력을 압축하고 있는 모델로 앞으로 출시될 고성능 라인업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할 듯 하다”고 말했다.
기아차 국내 마케팅팀 서보원 이사는 실제 스팅어의 구매고객들을 분석한 결과로 “19일간 초기 계약현황에서 일 평균 142대, 누적 2,700대로 올해 판매 8,000대의 목표를 생각할 때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성별을 보면 남성이 84%, 30~40대가 65.1%(30대(30.6%), 40대(34.5%) 주 고객이다”라고 발표한데 이어 “엔진은 3.3터보의 판매가 80%이상을 보이고 있으며, 3.3터보 GT 트림이 45.5%, AWD는 50.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는 기존 젊은 고객층 위주의 스포츠 콘셉트의 차량구매가 뒷좌석 공간활용과 접근성이 용이한 스팅어를 통해 50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50대 고객들도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스팅어는 퍼포먼스를 갈망하는 아빠(가장)들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데일리카 뿐만 아니라 패밀리카로써도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AWD와 선택품목을 제외한 판매가격(부가세 포함)은 2.0 터보 프라임 3,500만원, 플래티넘 3,780만원, 3.3 터보 마스터즈 4,460만원, GT 4,880만원, 2.2 디젤 프라임 3,720만원, 플래티넘 4,03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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