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와 손잡고 모터사이클과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협업에 나섰습니다. 단순히 바이크에 패션 브랜드 로고를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밀라노 패션위크 무대에서 전용 콘셉트 바이크와 신발·의류를 동시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입니다.
이번 협업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지난 9월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오니츠카 타이거의 2027 S/S 컬렉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오니츠카 타이거 혼다 미드 스포츠 콘셉트’입니다.
이번 모델은 미들급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기반으로 오니츠카 타이거의 상징과도 같은 ‘타이거 옐로우’를 차체 전체의 핵심 색상으로 사용하고, 양쪽에는 검은색 스트라이프를 과감하게 적용했습니다. 검은색을 중심으로 구성한 휠에는 타이거 옐로우 포인트와 혼다·오니츠카 타이거 양사의 로고를 넣었습니다. 특히 오니츠카 타이거는 바이크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혼다 모터사이클의 상징인 윙 마크를 적용한 신발과 의류까지 함께 공개했습니다. 즉, ‘바이크에 패션을 입힌 것’이 아니라 바이크와 패션 컬렉션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은 협업으로 모터사이클과 패션의 경계를 넘는 협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혼다와 오니츠카 타이거의 출발점입니다. 혼다는 1948년, 오니츠카 타이거는 1949년 일본에서 출발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7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기술과 제조에 대한 집착, 새로운 도전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니츠카 타이거가 원래 스포츠화를 만들던 브랜드에서 출발해 현재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점도 이번 협업의 설득력을 높여줍니다.
그렇다면 혼다가 오니츠카 타이거와 처음으로 이런 협업을 한 것일까요?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협업 자체는 이번이 첫 번째입니다. 혼다의 공식 발표도 이번 프로젝트를 ‘협업의 시작’이자 첫 번째 프로젝트라고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혼다가 다른 브랜드나 캐릭터와 협업해 특별한 모터사이클과 상품을 만든 사례는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다 슈퍼커브와 헬로키티의 협업입니다. 혼다는 슈퍼커브에 헬로키티 특유의 리본과 색상을 적용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고, 혼다 공식 슈퍼커브 사이트에서도 별도의 ‘Super Cub × HELLO KITTY’ 협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혼다와 산리오의 쿠로미 협업도 진행됐습니다. 혼다 × 쿠로미 프로젝트에서는 Monkey, Super Cub, CT125, Dax125, Grom 등 여러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전용 스티커와 사이드 패널을 비롯해 의류와 액세서리까지 선보였고, 일본에서 팝업 행사도 진행됐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혼다 슈퍼커브와 세이코의 협업입니다. 2023년 슈퍼커브 탄생 55주년을 기념해 ‘SEIKO 5 Sports 55th Anniversary Super Cub Limited Edition’ 시계를 내놓았습니다. 슈퍼커브의 실루엣과 디자인 요소를 시계에 반영한 한정판으로, 혼다가 자신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을 패션·라이프스타일 상품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모터사이클 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번 혼다·오니츠카 타이거 협업과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더 강력한 전례가 있습니다. 바로 두카티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협업입니다. 두카티는 2024년 슈프림과 함께 ‘Streetfighter V4 S’ 한정 컬렉터스 에디션을 만들었습니다. 슈프림 특유의 레드·화이트 그래픽을 적용한 한정 바이크와 함께 기술 라이딩 기어, 라이프스타일 의류까지 하나의 캡슐 컬렉션으로 묶었습니다. 특히 슈프림의 상징적인 ‘Drop’ 방식으로 제한된 기간 동안 한정 판매해 일반적인 신차와는 다른 희소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콜라보 바이크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두카티 Streetfighter V4 S는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적인 고성능 바이크의 특성을 보입니다. 실제 2026년 기준 일반 Streetfighter V4 S의 시장 자료를 보면 연식과 상태에 따라 상당한 감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본 업자 경매 기준 최근 1년 평균 매입가는 약 142만~196만엔 수준으로 집계되고 최고 거래 사례는 약 283만엔까지 올라갑니다. 반면 슈프림 버전은 애초부터 한정·넘버링 컬렉터스 에디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일반 모델과는 가치 형성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패션 브랜드와 모빌리티의 결합에서 더욱 극적인 사례는 베스파와 디올(Dior)의 협업입니다. 2020년 공개된 ‘Vespa 946 Christian Dior’는 디올의 여성 컬렉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자인이 적용됐고, 전 세계 946대 한정판으로 제작됐습니다. 전용 탑케이스와 헬멧까지 디올의 디자인 언어로 구성하면서 스쿠터를 사실상 패션 컬렉터블로 끌어올렸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현재 실제 경매시장에서 디올 베스파의 가격은 일반적인 중고 스쿠터 수준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2025년 미국 Bring a Trailer 경매에서는 주행거리 4km 수준의 2021년식 Vespa 946 Christian Dior가 5만3,500달러, 2022년식은 4만3,601달러에 낙찰됐습니다. 다른 2022년식도 4만250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즉, 한정판과 패션 브랜드의 상징성이 결합하면서 신차 이후에도 상당한 컬렉터 가치가 만들어진 사례입니다.
반대로 모든 패션 콜라보가 높은 중고가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베스파 946 엠포리오 아르마니 에디션이 좋은 비교 대상입니다. 2016년식 한정판은 2025년 미국 경매에서 4,218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946 계열의 한정판이라도 브랜드의 희소성, 생산 대수, 디자인의 상징성, 보존 상태, 실제 컬렉터 수요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번 오니츠카 타이거 혼다 미드 스포츠 콘셉트의 현재 가치는 ‘얼마’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공개된 모델이 양산 판매가격이 정해진 일반적인 신차가 아니라 ‘콘셉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혼다와 오니츠카 타이거 역시 현재 공개 자료에서 판매 가격이나 생산 대수, 일반 소비자 판매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중고가격이나 컬렉터 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오히려 현재 시점에서 이 모델의 가치는 금전적인 가치보다 브랜드 가치와 상징성에 더 가깝습니다. 75년 넘게 이어온 두 일본 브랜드가 밀라노 패션위크라는 세계적인 패션 무대에서 바이크와 의류를 동시에 공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혼다가 이번 협업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모터사이클 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략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향후 실제 양산형 모델이 등장하고 생산 대수가 제한되거나 넘버링이 붙는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오니츠카 타이거의 상징적인 타이거 옐로우와 블랙 스트라이프, 양사 로고, 전용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되고 실제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패션 소비자와 모터사이클 마니아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오니츠카 타이거의 신발·의류 컬렉션까지 함께 판매된다면 단순한 바이크 한 대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컬렉터블’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베스파 디올이나 두카티 슈프림 사례를 그대로 적용해서 ‘이번 혼다도 무조건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디올 베스파가 높은 가격에 거래된 핵심에는 946대라는 명확한 생산 한정성과 디올이라는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의 강력한 컬렉터 시장이 있었습니다. 반면 오니츠카 타이거 혼다 모델은 아직 생산 여부와 대수조차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콘셉트 모델’이라고 평가하게 되는거죠.
오히려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혼다가 바이크를 더 이상 단순한 이동수단이나 레저용 제품으로만 보지 않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문화 상품’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혼다는 이미 슈퍼커브, 몽키, CT125, Dax125 등 개성이 강한 모델을 중심으로 캐릭터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결합해왔고,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글로벌 패션위크 한복판에서 오니츠카 타이거와 정식으로 손을 잡은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혼다 바이크가 오니츠카 타이거 옷을 입었다’는 수준의 콜라보가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브랜드가 75년 이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모빌리티와 패션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하나의 문화로 묶어보려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과거 혼다의 헬로키티·쿠로미·세이코 등 협업이 팬덤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오니츠카 타이거 협업은 밀라노 패션위크를 통해 글로벌 패션 시장까지 정면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큽니다. 실제 양산과 한정 판매가 결정된다면 그때부터는 ‘예쁜 바이크’를 넘어 얼마나 희소한가, 몇 대가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수집가들이 원하는가가 가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AD] 기아, 이동의 자유를 넘어 문화와 환경까지. ‘모두를 위한 이동’ 사회공헌 넓힌다](/data/crp/image/2026/09/30/crp202609300002.230x172.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