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0일, 한국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이름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미엄 브랜드 뷰익(Buick)입니다. 한국GM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뷰익 브랜드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국내 첫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엘렉트라 E7’을 공개했습니다. 본격적인 판매는 1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국내 판매 가격은 4,300만원대부터 5,400만원대까지 책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뷰익의 한국 진출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가 하나 추가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뷰익은 1903년 정식 출범한 브랜드로, 2026년을 기준으로 무려 123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특히 뷰익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 과정은 물론, 오늘날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가운데 하나인 GM이 어떻게 탄생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GM은 창업자 윌리엄 C. 듀란트가 뷰익의 성공을 기반으로 1908년 제너럴모터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뷰익의 시작은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창업자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 발명가 데이비드 던바 뷰익(David Dunbar Buick)입니다. 그는 자동차 회사부터 시작한 인물이 아니라 가솔린 엔진을 개발하던 발명가였습니다. GM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뷰익은 1890년대 중반부터 가솔린 엔진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두 대의 실험용 자동차를 만든 뒤 미시간주 플린트로 이동해 1903년 Buick Motor Company를 설립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뷰익이 자동차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엔진 기술에서 이름을 알린 회사였다는 점입니다. 초기 뷰익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오버헤드 밸브(OHV) 방식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뷰익의 초기 모델에 적용된 밸브-인-헤드 방식은 이후 자동차 엔진 기술 발전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뷰익의 1996년 공식 오너스 매뉴얼에서도 이 기술을 뷰익의 대표적인 초기 기술 혁신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사건은 1904년 이후 시작됩니다. 당시 자동차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업가 윌리엄 C. ‘빌리’ 듀란트가 뷰익의 자동차를 직접 경험한 뒤 경영에 참여했고, 이후 뷰익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GM에 따르면 듀란트는 1904년 뷰익 경영을 맡았고 불과 몇 년 만에 뷰익을 미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성장시켰습니다. 1908년에는 뷰익을 기반으로 제너럴모터스를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GM이 처음 출범했을 때 초기 보유 회사 가운데 핵심이 바로 뷰익이었습니다.
따라서 뷰익을 단순히 ‘GM 산하의 오래된 프리미엄 브랜드’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뷰익은 GM이라는 거대한 자동차 그룹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였던 브랜드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정확합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본격적으로 대량생산 체제로 성장하기 이전부터 자동차를 만들었고, 이후 GM이라는 거대한 자동차 제국의 기반을 제공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뷰익의 역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바로 로고의 변화입니다. 첨부해주신 뷰익 브랜드 역사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뷰익의 엠블럼은 1903년부터 2022년까지 시대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디자인만 바뀐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뷰익의 역사와 정체성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1903년 초기 뷰익의 상징은 오늘날처럼 방패가 아니었습니다. 초기에는 뷰익이라는 이름을 필기체로 표현한 워드마크가 중심이었습니다. 1905년에는 원형 디자인 안에 ‘Buick’이라는 이름을 넣은 형태가 등장했고, 이후 1911년에는 커다란 ‘B’ 안에 ‘uick’을 넣은 독특한 형태의 로고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913년 무렵에는 푸른색 배경 위에 필기체 ‘Buick’을 배치한 형태가 사용됐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역사박물관 역시 초기 뷰익이 필기체 로고를 사용하다 1913년경부터 푸른색 배경의 필기체 로고를 사용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1937년 뷰익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변화가 찾아옵니다. 바로 방패 형태의 엠블럼이 등장한 것입니다. 당시 GM의 스타일링 연구원이었던 랄프 퓨(Ralph Pew)가 뷰익 가문의 스코틀랜드계 문장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엠블럼의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뷰익 가문의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방패에는 파란색과 은색의 체크무늬 대각선, 금색 사슴 머리, 그리고 가운데 구멍이 있는 금색 십자가가 들어갔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방패가 오늘날 뷰익을 상징하는 트리실드(Tri-Shield)의 뿌리가 됩니다. 1939년에는 방패의 형태가 더욱 길고 날렵하게 변경됐고, 이후 시대별로 크기와 장식 등이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뷰익 가문의 문장에서 비롯된 방패라는 핵심적인 정체성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도 1937년경 뷰익이 창업자 데이비드 던바 뷰익의 스코틀랜드 가문 문장을 로고로 채택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1959년부터 1960년 사이 뷰익 엠블럼에 또 한 번 큰 변화가 생깁니다. 하나였던 방패가 세 개의 방패로 바뀌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트리실드’의 기본적인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세 개의 방패는 당시 뷰익의 주요 차종이었던 르사브르(LeSabre), 인빅타(Invicta), 일렉트라(Electra)를 상징했습니다. 뷰익의 공식 자료와 역사 자료에서도 이 세 차종과 트리실드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오늘날 국내에 출시되는 엘렉트라 E7이라는 이름 역시 이 역사와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과거 뷰익의 대표적인 차종 가운데 하나가 Electra였고, 뷰익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Electra라는 이름을 새로운 전기차 및 전동화 제품군에 다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2년 뷰익은 중국에서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표하면서 향후 전기차 제품군에 Electra 이름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계획을 밝혔고, 이후 Electra E5, E4, L7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한편 1975년에는 뷰익 로고 역사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뷰익의 새로운 모델인 스카이호크(Skyhawk)와 함께 ‘뷰익 호크(Buick Hawk)’라는 매 모양의 새로운 로고 콘셉트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 디자인은 대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여러 차종에 활용됐지만 기존 트리실드 역시 함께 사용됐습니다. 첨부해주신 역사 자료에서도 1975년의 날개를 펼친 매 모양 로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90년에는 다시 트리실드가 중심으로 돌아옵니다. 세 개의 방패를 원형 테두리 안에 넣고 아래쪽에 대문자로 BUICK을 배치하면서 보다 현대적인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초에는 로고가 한동안 은색 중심의 단색 디자인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다시 빨강·흰색·파랑이라는 전통적인 색상이 돌아오면서 뷰익의 클래식한 정체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뷰익은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선택합니다.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로고 개편을 단행하면서 세 개의 방패를 가로로 나란히 배치한 새로운 트리실드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원형 테두리를 없애고 각각의 방패를 독립적으로 배치해 훨씬 얇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뷰익은 이 새로운 로고가 미래 자동차 디자인의 유려한 움직임을 표현하면서도 기존 트리실드의 역사적 DNA를 이어가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고만 보면 단순히 오래된 미국 브랜드가 시대에 맞춰 디자인을 바꿔온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일관된 흐름이 있습니다. 필기체 ‘Buick’에서 시작해 가문의 문장인 방패로 발전했고, 세 개의 방패인 트리실드로 확장된 뒤, 2022년에는 다시 세 개의 방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1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형태는 계속 달라졌지만 ‘뷰익 가문의 방패’라는 핵심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던 셈입니다.
뷰익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시장이 바로 중국입니다. 뷰익은 1990년대 후반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했고, 1998년 상하이GM을 통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GM은 1998년 상하이에서 첫 번째 중국 생산 뷰익이 생산된 것을 브랜드의 중국 시장 복귀를 알리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후 중국에서 뷰익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세단뿐만 아니라 GL8과 같은 프리미엄 MPV, SUV 등을 앞세우면서 중국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구축했습니다. 뷰익에 따르면 1998년 중국 시장에 다시 진출한 이후 중국에서 누적 1,0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했으며, 중국은 현재 뷰익의 가장 큰 시장입니다.
특히 GL8은 중국에서 뷰익을 대표하는 차종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GL8, GL8 ES, GL8 Century, GL8 Lu Shang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일반적인 패밀리 MPV부터 고급 의전형 MPV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은 현재 뷰익의 브랜드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뷰익은 2022년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표하면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Avenir’라는 고급 트림을 통해 뷰익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뷰익의 변화는 단순한 전기차 전환을 넘어 디자인과 디지털 기술, 정숙성, 고급스러운 실내 경험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뷰익은 ‘Exceptional by desig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메시지를 내놓으며 디자인과 디테일, 품질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모델이 바로 엘렉트라 E7입니다. 한국에 공개된 엘렉트라 E7은 1.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165kW 구동 모터를 결합한 중형 PHEV SUV로, 최대 31.7kWh 배터리를 기반으로 복합 기준 EV 모드 최대 126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엔진과 배터리를 모두 활용할 경우 통합 주행거리가 1,000km를 넘습니다. DC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잔량 30%에서 80%까지 약 20분 만에 충전할 수 있고 V2L도 지원합니다.
한국GM 입장에서 뷰익의 국내 출시는 의미가 상당히 큽니다. 한국은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GM의 쉐보레·캐딜락·GMC·뷰익 등 4개 제품 브랜드가 모두 도입되는 첫 시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GM은 기존 쉐보레와 캐딜락에 이어 GMC와 뷰익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뷰익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새로운 수입차 한 대가 추가됐다’는 의미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1903년 데이비드 던바 뷰익이 시작한 작은 자동차 회사는 윌리엄 듀란트의 손을 거쳐 GM이라는 거대한 자동차 기업의 출발점이 됐고, 1937년에는 창업자의 가문 문장에서 영감을 얻은 방패를 브랜드의 얼굴로 삼았습니다. 이후 세 개의 방패로 진화한 트리실드는 르사브르와 인빅타, 일렉트라를 상징했고, 1970년대에는 호크로 변화를 시도했으며, 다시 트리실드로 돌아와 2022년에는 미래적인 형태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한국에서 공개된 엘렉트라 E7에는 이 오랜 역사의 이름인 ‘Electra’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과거의 이름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PHEV라는 새로운 전동화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대의 뷰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123년 전 엔진 기술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이제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는 엠블럼 하나에도 남습니다. 뷰익의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초기의 필기체 로고부터 스코틀랜드 가문의 방패, 세 개의 트리실드, 1970년대의 호크, 그리고 2022년의 수평형 트리실드까지 살펴보면 뷰익이 어떤 시대를 지나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는 엘렉트라 E7을 통해 그 123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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