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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0만원대 PHEV SUV ‘엘렉트라 E7’, “120년 뷰익이 한국에 왔다”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26-09-30 16:16:25
126km 전기주행에 1,000km 이상주행. 뷰익이 한국에서 꺼내든 첫 카드
퀸 베드에 냉온장고까지, 자동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라운지
미국 브랜드인데 중국에서 만든다. 뷰익 엘렉트라 E7의 정체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았습니다. 이날 DDP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뷰익(Buick)이 한국 시장 공식 진출을 알리고, 국내 첫 번째 모델인 ‘엘렉트라 E7(Electra E7)’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1903년 출범해 12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뷰익이 북미 이외 지역에서는 한국을 두 번째 해외 진출 시장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이날 행사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현장에 들어서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미국 브랜드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다’는 기존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엘렉트라 E7은 전통적인 미국 SUV에서 연상되는 투박하고 큼직한 이미지보다는 매끈하고 낮게 다듬어진 차체와 미래적인 조명 디자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특히 차량 앞쪽으로 다가가 보니 날카롭게 다듬은 샤크 노즈 형태의 전면부가 상당히 강한 인상을 만들고 있었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는 ‘갤럭시 윙’이라는 뷰익의 새로운 조명 디자인이 적용돼 있었습니다. 점등 시 빛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연출을 강조하고 있는데, 과거의 뷰익보다는 확실히 현재와 미래를 겨냥한 디자인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국내 현장 사진과 기사에서도 E7은 기존 뷰익의 이미지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강조하는 모델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전장 4,850mm, 전폭 1,910mm, 전고 1,675mm, 휠베이스 2,850mm의 차체를 갖춘 중형급 SUV로, 단순히 크기만 키우기보다는 유선형 차체와 넓은 차폭을 이용해 안정적인 비율을 만들어낸 것이 특징입니다.

차량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은 차체의 면 처리였습니다. 복잡하게 선을 많이 넣은 방식이 아니라 비교적 매끈하게 이어지는 표면과 조형적인 차체가 중심입니다. 뷰익이 설명하는 ‘조형미(Sculptural Beauty)’라는 디자인 철학이 실제 차량에서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나의 글래스 루프가 차체 상단을 매끄럽게 이어주면서 실내에 개방감을 더하는 구성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E7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외관보다 더 흥미롭게 다가온 것은 실내였습니다. 뷰익이 이번 한국 진출에서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고급 SUV’라는 표현보다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라운지 개념에 가까웠습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바라보면 대형 디스플레이와 곡면을 강조한 대시보드가 시선을 끌고, 8.8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5.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배치돼 있습니다.

특히 2열을 살펴보면서 E7이 어떤 고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는지가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2열 전동 리클라이닝 시트뿐 아니라 앞뒤 좌석을 연결해 침대처럼 사용할 수 있는 ‘퀸 베드 모드’, 2열 공간을 더욱 여유롭게 활용하는 ‘보스 모드’가 적용됐습니다. 여기에 2열 듀얼 멀티 테이블과 빌트인 냉온장고까지 마련했습니다. 단순히 ‘넓은 SUV’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안에서 쉬고, 먹고, 음악을 듣고, 잠시 머무는 상황까지 고려한 구성입니다.

앞좌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열선과 통풍 기능을 지원하고, 앞좌석에는 멀티포인트 마사지와 테라피 모드가 적용됐습니다. 동승석에는 무중력 모드까지 들어갔습니다. 특히 차량에서 장시간 이동하거나 운전 후 잠시 쉬는 상황을 생각하면 단순한 옵션의 숫자보다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날 공개된 E7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차량의 활용성을 높인 스마트 라이프 모드입니다. 휴식 모드, 캠핑 모드, 반려동물 모드, 세차 모드 등 상황별 기능을 제공하고 캠핑 모드에서는 외부 스피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차량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V2L도 지원합니다. 단순히 이동수단으로만 차량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차량을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실내 정숙성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E7에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소음·진동 저감 기술이 적용됐고, 20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뷰익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마련됐습니다. 운전석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이용한 프라이빗 청취 모드까지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주행을 통해 정숙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승행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날 현장에서 주행 성능이나 노면 소음 수준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뷰익이 E7에서 ‘조용한 공간’을 중요한 프리미엄 가치로 설정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E7을 바라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역시 파워트레인이었습니다. 이 차는 순수전기차가 아니라 1.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165kW 구동 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입니다. 최대 31.7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EV 모드에서 복합 기준 최대 126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면 통합 주행거리가 1,000km를 넘는다는 것이 뷰익의 설명입니다.

126km라는 전기주행거리는 E7의 핵심 포인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매일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출퇴근이나 도심 이동을 전기모드 중심으로 해결하고, 장거리에서는 엔진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PHEV가 갖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중간적인 성격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입니다. 특히 DC 급속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30%에서 80%까지 약 20분 이내 충전할 수 있다는 점도 일반적인 PHEV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V2L까지 더해졌습니다. 전기차처럼 외부 전원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장거리에서는 가솔린 엔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캠핑이나 레저를 즐기는 소비자에게도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구성입니다. 결국 E7의 핵심은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를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동력원의 장점을 활용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행과 관련해서는 CDC(Continuous Damping Control) 서스펜션이 적용됐습니다. 주행 상황과 노면 변화를 감지해 감쇠력을 조절하고 가속과 제동, 선회 과정에서 차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방지턱이나 맨홀 같은 노면 충격을 줄이는 데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날 DDP 공개 행사는 정적인 차량 공개 행사였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실제 도로에서 직접 경험한 것처럼 표현하기보다는 향후 시승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E7이 한국 시장에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은 가격입니다. 뷰익은 E7을 4개 트림으로 구성하고 4,300만원대부터 5,400만원대의 가격으로 11월부터 본격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는 트림별 세부 사양과 정확한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9월 30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하고 10월 2일부터 서울·경기·부산·대전 등 4개 권역에서 팝업 스토어를 순차적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이 가격대를 들으니 뷰익이 한국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으려 하는지도 어느 정도 읽혔습니다. 뷰익은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대중적인 메인스트림 브랜드 사이에서 자신만의 프리미엄을 제시하겠다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판매 가격은 4,300만원대부터 시작합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120년 역사의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함께 PHEV, 126km 전기주행, 1,000km 이상 통합주행, 마사지 시트, 냉온장고, 퀸 베드 모드, V2L 같은 장비를 한꺼번에 놓고 보게 되는 만큼 상당히 독특한 포지션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 언론 역시 이날 E7의 가격과 상품 구성을 주요 특징으로 다뤘습니다.

또 하나 짚어볼 부분은 E7의 생산 배경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는 엘렉트라 E7은 중국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모델이며, 배터리는 상하이GM 합작법인에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미국 브랜드 뷰익’이라는 전통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중국 생산·PHEV’라는 실제 상품 구성이 함께 존재하는 모델입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E7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입니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 직접 차량을 살펴본 느낌만 놓고 보면 생산국보다 중요한 것은 뷰익이 한국 시장을 위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가져왔느냐였습니다. 한국GM은 "기존 판매 및 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해 뷰익 고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며, 전국 115개 이상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정비와 유지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GM의 커넥티드 서비스 온스타(OnStar)도 적용됩니다. 차량 상태 확인과 원격 제어, 원격 시동, 실내 온도 설정, 도어 잠금·해제 등을 모바일 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온스타의 커넥티드 기술을 E7에 적용하면서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공간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입니다.



이날 DDP에서 직접 마주한 뷰익 엘렉트라 E7은 과거에 알고 있던 뷰익의 이미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다른 차였습니다. 12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강조하면서도 디자인은 상당히 현대적이고, PHEV 시스템은 전기차에 가까운 사용성을 겨냥했으며, 실내는 이동보다 휴식에 더 많은 관심을 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 126km 전기주행과 1,000km 이상 통합주행거리, DC 급속충전, V2L, 마사지 시트, 무중력 모드, 퀸 베드 모드, 냉온장고, 20개 스피커, 온스타까지 넣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뷰익이 한국 시장에 첫 번째로 내놓은 차가 거대한 대형 SUV도 아니고 전통적인 미국식 고급 세단도 아닌 PHEV SUV라는 점입니다. 지금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동화와 효율성, 공간 활용성, 편안함을 한꺼번에 겨냥한 것입니다. 한국은 북미에 이어 뷰익의 두 번째 해외 진출 시장이며, GM 한국사업장은 쉐보레와 캐딜락, GMC에 이어 뷰익까지 4개 브랜드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낯선 뷰익 엠블럼과 미래적인 디자인. ‘120년 된 브랜드다’라는 과거의 역사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동화와 편안함, 공간 활용성, 디지털 경험을 하나의 SUV에 담아 새로운 뷰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명확했습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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