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자 평소 자동차 행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거대한 전시장 안에 신차 몇 대를 세워놓고 설명하는 일반적인 신차 발표회가 아니라,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지나온 시간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향할 미래를 한 공간에 압축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포르쉐코리아가 이날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개최하는 ‘포르쉐 바이브 서울(Porsche Vibe Seoul)’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포르쉐 팬 페스티벌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올 포르쉐, 원 바이브(All Porsche, One Vibe)’입니다. 포르쉐코리아가 정의하는 포르쉐 바이브 서울은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가 아니라 헤리티지와 퍼포먼스, 라이프스타일, 팬덤을 하나로 연결해 포르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페스티벌입니다.
실제 행사장도 그 콘셉트에 맞춰 자동차만 덩그러니 전시해 놓은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문화비축기지라는 독특한 공간 자체가 과거 산업시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포르쉐가 가진 오래된 헤리티지와 묘하게 어울렸고, 곳곳에서 자동차와 음악, 게임, 예술,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포르쉐코리아 역시 문화비축기지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행사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포르쉐의 시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헤리티지 모델들이었습니다. 포르쉐 뮤지엄에서 직접 공수한 550 스파이더와 917, 962 C 쿠페를 비롯해 356, 911의 여러 세대, 959, 918 스파이더, 카레라 GT 등 60대 이상의 포르쉐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국내외 오너 차량까지 포함해 약 70대 규모로 전시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550 스파이더는 포르쉐 모터스포츠의 출발점을 상징하고, 917은 포르쉐 최초의 르망 24시 종합 우승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레이싱카이며, 962 C는 1980년대 내구레이스의 황금기를 이끈 모델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레이스카를 실제 크기로 눈앞에서 마주하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과거의 레이싱카와 최신 전기차를 서로 다른 공간에 떼어놓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스포츠카와 모터스포츠의 역사를 지나 911을 거쳐 순수 전기 SUV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만들면서 ‘포르쉐의 전동화는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포르쉐가 쌓아온 기술과 철학의 연장선’이라는 메시지를 공간 자체로 보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이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를 보여주는 ‘박물관형 행사’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포르쉐코리아는 이번 행사를 통해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서 경험하도록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자동차는 역시 국내 최초 공개된 신형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이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 카이엔 일렉트릭의 공식 출시가 이뤄진 가운데 이번에는 더욱 날렵한 쿠페형 차체를 가진 모델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은 911에서 영감을 받은 이른바 ‘플라이라인’을 SUV에 적용한 것이 핵심입니다. 보닛에서 루프를 지나 뒤쪽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이 일반 카이엔보다 훨씬 스포티하고, 뒤에서 바라보면 전기 SUV임에도 포르쉐 특유의 긴장감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포르쉐 역시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을 911의 아이코닉한 플라이라인과 강력한 E-Performance를 결합한 모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최상위 카이엔 터보 쿠페 일렉트릭은 숫자만 봐도 강력합니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최고출력 1,156마력, 최대토크 153.0kg·m를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5초 만에 도달합니다. 최고속도는 260km/h입니다.
포르쉐가 SUV에 ‘전기차의 강력한 가속력’을 단순히 더한 것이 아니라, 쿠페의 디자인과 스포츠카 수준의 주행 성능을 한꺼번에 밀어 넣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국내 기준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은 1억4,690만원부터, 카이엔 S 쿠페 일렉트릭은 1억6,720만원부터, 카이엔 터보 쿠페 일렉트릭은 1억9,100만원부터 판매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기본형도 0→100km/h 4.8초, S는 3.8초, 터보는 2.5초라는 성능을 발휘합니다.
전기차라는 점에서 충전 기술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카이엔 일렉트릭 계열에는 113kWh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되고 800V 전기 시스템을 바탕으로 최대 400kW급 충전을 지원하며, 최적 조건에서는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6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포르쉐 최초의 무선 충전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는데, 차량을 바닥 충전 패드 위에 주차하면 최대 11kW로 자동 충전되는 방식입니다.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은 단순히 ‘전기차가 된 카이엔’이라는 설명보다는, 포르쉐가 생각하는 차세대 SUV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에 가깝습니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과 PASM, 최대 5도 조향이 가능한 리어 액슬 스티어링을 기본 적용했고, 터보에는 PTV Plus와 포르쉐 액티브 라이드까지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내 역시 전기차 시대에 맞춰 상당히 디지털화됐습니다.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를 중심으로 14.25인치 OLED 계기판과 선택 사양인 14.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연결되고, 카이엔 최초로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까지 제공됩니다. 여기에 무드 모드와 앰비언트 라이트, 슬라이딩 파노라믹 루프 등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운전 공간을 넘어 탑승자 모두가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포르쉐 바이브 서울에서 신차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존더분쉬(Sonderwunsch)입니다. 포르쉐에서 존더분쉬는 고객의 취향을 단순히 옵션으로 선택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에 구현하는 최상위 개인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911 터보 S 존더분쉬가 공개됐습니다. 외장 컬러와 휠뿐 아니라 실내 소재와 스티치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만들어진 원-오프 모델입니다. 즉, 같은 911 터보 S라도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적인 양산차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단 한 대의 포르쉐’를 만드는 개념입니다.
현장에서 존더분쉬 차량을 바라보면 포르쉐가 왜 개인화를 중요한 브랜드 가치로 생각하는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자동차의 성능 수치가 상향 평준화되고 있지만, 결국 럭셔리 브랜드가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나만의 자동차’이기 때문입니다. 포르쉐는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를 통한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개인화가 브랜드 경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일과 4일 본행사에서는 포르쉐를 자동차가 아닌 문화로 즐기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오너 토크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917의 엔진 사운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917 사운드 모먼트’, 오너 차량 쇼케이스, DRX와 협업한 ‘포르쉐 아케이드’ 등 자동차와 게임을 결합한 콘텐츠도 마련됩니다. 존박과 거미, 데이브레이크, 다이나믹 듀오의 라이브 공연과 키즈·패밀리 존, 아트카, 라이브 드로잉, 포르쉐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등도 행사에 더해질 예정입니다.
포르쉐의 오랜 파트너들도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미쉐린코리아는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My Driving DNA’ 운전 성향 진단과 제품 전시, ‘Why Michelin’ 스토리존 등을 운영하며 포르쉐와 미쉐린이 1969년부터 이어온 모터스포츠 및 고성능 차량 분야의 협력 관계를 소개했습니다. 특히 포르쉐 전용으로 공동 개발·검증된 N 마킹 타이어가 양사의 기술 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결과물로 소개됐습니다.
모빌코리아 역시 공식 파트너로 참가해 모빌원 브랜드 히스토리와 레이싱 헤리티지 전시, 게임 엔터테인먼트존, 포토존 등을 운영했습니다. 올해는 모빌원과 포르쉐가 파트너십을 맺은 지 30주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을 둘러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포르쉐’라는 이름 하나로 서로 전혀 다른 시대의 자동차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550 스파이더와 917, 962 C가 과거의 레이싱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911이 세대를 거듭하며 진화해 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카이엔 쿠페 일렉트릭이 서 있습니다. 여기에 고객 한 사람의 취향을 담아 세상에 단 한 대만 존재하는 존더분쉬 911 터보 S까지 더해졌습니다.
과거와 현재, 양산차와 원-오프 모델, 모터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 내연기관과 전기차가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All Porsche, One Vibe’라는 문구가 단순한 행사 슬로건이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의 구성 자체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포르쉐 바이브 서울은 자동차를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포르쉐를 경험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행사에 가깝습니다.
전설적인 레이스카를 눈앞에서 보고, 917의 엔진 사운드를 듣고, 오너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존더분쉬를 통해 개인화의 끝을 경험한 뒤, 다시 1,156마력의 카이엔 터보 쿠페 일렉트릭을 바라보게 됩니다.
포르쉐가 걸어온 75년의 모터스포츠 역사와 한국 포르쉐 커뮤니티의 시간이 한데 모이고, 그 한가운데에서 전동화라는 새로운 장이 열리는 모습입니다. 10월 2일 프리뷰 현장은 그렇게 포르쉐의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포르쉐가 등장할지를 미리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포르쉐 바이브 서울이 단순한 ‘팬 행사’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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