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오전, 코엑스 마곡에서 볼보의 차세대 순수 전기 플래그십 세단 ES90 트윈모터 울트라를 직접 경험해봤습니다. 이날 시승은 서울 도심을 출발해 포천 인근의 한적한 카페까지 이동한 뒤 다시 돌아오는 약 110km 구간에서 진행됐습니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포천 인근의 굽이진 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ES90이 어떤 성격의 전기차인지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ES90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체 비율이었습니다. 전장은 5,000mm, 휠베이스는 3,102mm에 달하는 대형 차체인데도 전통적인 대형 세단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루프라인은 뒤쪽으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형태이고, 공기저항계수(Cd)는 0.25를 기록합니다. 길고 낮게 뻗은 차체에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더하면서 대형 플래그십 특유의 존재감과 전기차다운 미래적인 이미지가 함께 느껴졌습니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화려하게 장식하기보다는 북유럽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앉아보면 자동차라기보다 잘 꾸며놓은 스칸디나비안 거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 전기변색 글라스 루프는 ES90 실내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버튼이나 조작을 통해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어 외부 빛의 양을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시트에 앉았을 때는 역시 볼보다운 편안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신체를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허리와 옆구리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는 구조여서 장거리 이동을 염두에 둔 시트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특히 3,102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 덕분에 2열 공간도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단순히 다리 공간만 넓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 뒷좌석 승객을 위한 플래그십 세단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울트라 트림에는 2열 전동 리클라이닝과 라운지형 암레스트 등 뒷좌석 편의사양도 적용됩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확인한 부분은 정숙성이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모터 고주파음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었고, 도심에서 천천히 움직일 때도 실내가 상당히 차분했습니다. 볼보는 이 부분을 위해 차음 구조와 흡음재, 대형 부싱, 이중 접합 방음유리 등을 적용했으며, 실제 주행에서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과 전기모터 소리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통과할 때도 충격을 날카롭게 전달하기보다는 부드럽게 걸러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ES90 트윈모터 울트라에는 106kWh 배터리와 듀얼 모터 AWD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최고출력은 456마력, 최대토크는 68.4kg·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5.4초가 걸립니다. 단순히 숫자만 보면 고성능 전기차라고 부르기에도 충분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성격은 과격함보다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가속에 더 가깝습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간적으로 강한 힘이 나오지만, 힘이 갑자기 튀어나오기보다는 비교적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 ES90의 또 다른 장점이 나타났습니다. 시속 100km를 넘어서는 영역에서도 가속감이 크게 둔해지지 않았고, 앞차를 추월하거나 차선을 변경할 때 가속페달을 밟으면 필요한 만큼 즉각적으로 속도를 높여줬습니다. 특히 배터리가 차체 중앙의 낮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고 전후 무게 배분도 약 50대50에 가깝기 때문에 대형 차체임에도 움직임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여기에 0.25Cd의 공기저항계수까지 더해지면서 고속에서 바람소리도 상당히 억제된 모습이었습니다.
포천 인근의 굽이진 도로에서는 예상보다 재미있는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장이 5m에 달하고 휠베이스가 3.1m를 넘는 대형 전기 세단인 만큼 처음에는 민첩한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조향을 입력한 만큼 비교적 정확하게 방향을 따라왔습니다. 배터리가 낮은 위치에 깔려 있어 차체가 코너에서 크게 기울어지는 느낌도 억제되어 있었고, AWD 시스템은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네 바퀴에 구동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해줬습니다.
특히 제가 시승한 차량에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전자식 댐퍼가 빠르게 감쇠력을 조절하며, 차체 높이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볼보 자료에 따르면 전자식 댐퍼는 초당 최대 500회까지 조정되며 차고를 기본 위치에서 최대 18mm 낮추거나 30mm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반 도로에서는 승차감을 우선하면서도 차체가 출렁이는 느낌을 크게 만들지 않았고, 고속에서는 차체가 안정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ES90의 성격은 어디까지나 편안함과 안정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ES90은 스포츠 세단처럼 운전자를 자극하기보다는 장거리 이동에서 탑승자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제가 경험한 차량에는 1,610W 출력의 바워스 앤 윌킨스 시스템과 25개의 스피커가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소리가 크게 들리는 수준이 아니라 보컬의 위치와 악기의 디테일이 상당히 또렷하게 전달됐고, 볼보가 강조하는 콘서트홀과 같은 공간감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실내와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이동 중 음악을 듣는 경험 자체가 ES90의 중요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전 볼보 모델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ES90에는 볼보의 차세대 소프트웨어·전자 아키텍처인 Superset Tech Stack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 적용됐고, 중앙 컴퓨터와 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실내에는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와 14.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며 국내 모델에는 TMAP 기반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됩니다. 실제 조작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S90은 단순히 배터리와 모터만 바꾼 전기 세단도 아닙니다. 800V 전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350kW급 급속 충전 환경에서는 배터리 10%에서 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WLTP 기준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706km이며, 국내 인증 기준 트윈모터 모델은 복합 520km, 도심 548km, 고속도로 486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습니다. 실제 국내 인증 복합 전비도 4.4km/kWh로, 도심에서는 4.7km/kWh, 고속도로에서는 4.1km/kWh를 기록합니다.
이번 시승에서는 약 110km를 달리면서 도심과 고속도로, 굽이진 국도를 모두 경험했는데, ES90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진 부분은 결국 ‘속도감’보다 ‘완성도’였습니다. 456마력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상당히 강력한 차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잡으면 힘을 과시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조용하고 빠르게 움직여주는 방식입니다. 스티어링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차체는 안정적이며,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은 최대한 억제되어 있습니다.
안전과 주행 보조 시스템도 ES90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차량에는 카메라 5개,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가 적용되며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과 탑승자 감지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 자동 주차 보조, 충돌 회피 및 완화 기능, 사각지대 조향 보조, 차선 유지, 후측방 교차 충돌 제동 등의 다양한 안전 기능이 적용됩니다. 볼보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세이프 스페이스’라는 철학을 최신 전기차 플랫폼에 맞춰 발전시킨 모습입니다.
가격도 ES90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판매 가격은 싱글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가 7,294만원부터 시작하고, 제가 시승한 트윈모터 울트라는 기본 가격이 8,741만원입니다. 여기에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9,041만원이 되며, 트윈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9,541만원입니다. 제가 경험한 차량은 바로 이 9,041만원 사양으로, 106kWh 배터리와 456마력 AWD,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고급 편의사양을 갖춘 모델입니다.
약 110km의 짧지 않은 시승을 마치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 ES90에 대한 인상은 처음 차량을 마주했을 때와 조금 달라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5m에 달하는 차체와 웅장한 디자인이 먼저 보였지만, 직접 운전해보니 이 차의 핵심은 겉모습보다 그 안에 있었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필요할 때는 456마력의 힘을 빠르게 꺼내 쓸 수 있으며, 긴 차체를 안정적으로 다루면서도 운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볼보 ES90 트윈모터 울트라는 단순히 ‘전기 세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성격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전통적인 세단의 편안함에 SUV에 가까운 공간 활용성과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 800V 충전 시스템,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전자 아키텍처까지 한데 담아낸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볼보 역시 ES90을 기존 세단이나 SUV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두 차급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플래그십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해본 ES90 트윈모터 울트라는 빠른 차이면서도 빠르다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고, 고급스러운 차이면서도 화려함을 과하게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용한 실내와 편안한 시트, 부드러운 서스펜션, 안정적인 고속 주행,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456마력의 AWD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하고, 편안하지만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움직이는 차. 약 110km를 직접 달려본 볼보 ES90 트윈모터 울트라는 바로 그런 차였습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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