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그랜저가 달라졌다. 위엄 넘치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고 보다 젊어진 모습 변신했다. 새롭게 단장한 그랜저(Grandeur) 6세대 모델을 시승했다.
신형 그랜저 IG(프로젝트명)는 1986년 1세대 모델부터 30년간 쌓아온 기술력이 총 집합됐다.
과거 국산자동차 중에 최고의 차량으로 ‘그랜저’를 꼽았다. 아무나 탈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부의 상징’, ‘성공의 상징’이었다. 외형부터 위풍당당함을 강조했던 그랜저가 6세대로 진화하면서 세련되고 중후한 얼굴로 다져졌다. 공기역학과 디자인 비율까지 고려해 고급스럽고 강인한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로 신형 그랜저는 30~40대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 류창승 이사는 “사전계약의 절반가량인 48%가 30~40대로 이전 HG와 비교해 7%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층들의 판매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체크기는 기존 모델에 비해 전장과 전폭이 각각 10㎜와 5㎜가 늘어 전장 4,930㎜, 전폭 1,865㎜, 전고 1,470㎜, 축간거리는 2,845㎜로 이전세대와 동일하다. 하지만 신형 K7보다 10㎜가 (축거)좁고, 전장은 40㎜가 짧다.
에어커튼과 언더커버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공기저항을 극대화해 0.276Cd의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했다. 늘씬하고 날렵한 모습이다.
전면부는 입체적인 캐스캐이딩 그릴에서부터 부드럽게 이어지는 후드 볼륨으로 신형 그랜저의 곡선이 시작된다. 도자기 접시를 연상시키는 LED주간주행등은 전조등과 통합해 양쪽으로 총 4개가 존재감을 압도한다.
방향지시등은 전조등 아래로 배치해 LED전구 7개가 동시에 반짝이고 에어커튼이 범퍼하단 양쪽으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공기저항뿐만 아니라 브레이크의 열을 식히는 역할도 한다.
측면은 전면부터 이어진 우아한 곡선이 그대로 흘러와 C필러와 트렁크 라인으로 간결하게 마무리 됐다. 휀더 볼륨과 앞도어 하단에서부터 후방으로 갈수록 상향되는 사이드실 몰딩이 시각적인 완성도로 준다.
후면부도 차체의 곡선과 좌우를 가로지르는 LED 리어 콤비램프 라인이 신형 그랜저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뒷범퍼와 범퍼 일체형 듀얼 머플러를 통해 후면부의 볼륨감을 더했다.
실내 디자인도 이전모델의 웅장한 무게감보다 수평 레이아웃에 부드러운 곡선이 가미됐다. 특히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 돌출형태의 패드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시계가 눈길을 끈다. 센터에 위치했던 기존의 배치에서 새로운 시도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젊어지고 고급스러운 내장재질로 품격을 극대화한 공간이다. 여기에 대시보드 상단부를 낮춤으로 인해 개방감을 높혀 확트인 시야를 확보했다.
시승은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경유해 강원도 춘천 샤인데일CC까지 왕복 145㎞ 구간에서 신형 그랜저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자 개선된 람다Ⅱ 3.0리터 GDi 엔진의 힘이 느껴졌다. 반응이 빠르고 부드럽게 속도계바늘을 회전시킨다. 전륜구동 8단 자동변속기의 힘이 남달랐다.
31.4㎏m의 최대토크를 5,300rpm에서 강력하게 차체를 밀어붙이다가 6,400rpm에 도달하면서 266마력의 최고출력으로 1.6톤(공차중량 1,640㎏)이 넘는 몸무게를 부드럽게 절제된 가속을 이어간다. 시속 100㎞를 순식간에 통과해버린다.
보다 강화된 N.V.H(소음(Noise), 진동(Vibration), 잡소리(Harshness)설계로 속도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안정된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국도 와인딩 구간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 붙였지만 타이어 접지력을 더해 고강성 차체구조와 핫스탬핑, 구조용 접착제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기존차체 대비 34% 개선된 덕에 차체 비틀림 강성 또한 23% 향상된 주행성능을 맛 볼 수 있었다. 구조적으로 단단해진 하체만큼이나 와인딩 성능은 업그레이드 됐다.
뿐만 아니라 샤프트 강성과 토션바 강성을 높여 핸들링의 직결성이 높아짐으로 인해 운전자 의지대로 직관적이고 민첩한 반응이다. 그만큼 주행 안전성이 높아졌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개선된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성능에 기대를 걸었지만, 불규칙한 노면과 속도방지턱의 충격은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했다. 일찍이 제네시스 G80과 EQ900의 전자식 서스펜션의 정숙성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하면 탁월한 수준이다.
기존 6단 자동기어를 여덞단계로 세분화 시켜놓은 만큼, 업∙다운 변속의 탁월한 주행감성은 칭찬할 만했다. 100㎞/h에서 엔진회전수는 1,650rpm부근.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진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설정하고 앞차간 간격을 세팅했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기능이다. 여기에 차선이탈방지기능 스위치를 켜자 주행 조향 보조시스템(LKAS)이 차선을 읽어 들이더니 차선에 맞춰 핸들 움직임에 저항이 가해졌다. 저항 값이 약하다 싶어 트립컴퓨터 설정에서 능동조향보조로 설정하자 핸들로 가해지는 저항이 높아지더니 어지간한 코너가 아닌 이상 차선을 유지하고 달려줬다. 기대한 만큼 똑똑했다. 제네시스 G80과 EQ900에 적용된 HAD(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은 제외됐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40㎞거리를 이렇게 신형 그랜저의 반자동 주행에 몸을 맡기고 달렸다. 차량에 기록된 평균연비는 리터당 14.9㎞. 더욱 먼거리를 달렸다면 +1㎞를 충분히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내주행이나 가속페달에 힘을 가할수록 연비수치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시내주행에서는 리터당 10㎞가 넘사벽이다. 신형 그랜저 3.0(19인치 타이어)이 인증받은 정부 신고연비는 복합 9.9㎞/L, 도심 8.6㎞/L, 고속도로 12.3㎞/L다.
스티어링 휠, 엔진반응, 미션에 변화를 주는 주행모드는 4가지(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로 선택해 달리기 성능을 즐길 수 있다.
실제 출고되는 모델에는 수정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었다. 허벅지와 엉덩이를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보다는 시트에서 몸을 띄우는 착좌감이었고, 달리기 성능 좋고 젊은층을 공략할 신형 그랜저이니 만큼 패들쉬프트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신형 그랜저의 성능은 가속력뿐만 아니라 제동성능(4p)도 향상됐다. 기존 그랜저 보다 브레이크 디스크 규격을 늘리고 압력을 높임으로 인해 몸무게 대비 적합한 수준으로 보였다.
이밖에도 운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까지 모두를 위한 안전과 함께 운전자의 편안한 주행을 돕는 자동화 기반의 지능형 안전 기술인 ‘현대 스마트 센스(Hyundai Smart Sense)’가 최초 적용됐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을 비롯해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시야 사각 지역의 접근 차량과 충돌 예상 시 경고 및 편제동 제어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ABSD)’, 운전자의 휴식을 유도하는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이다.
편의장치로는 전동 트렁크, 8인치 내비게이션(애플 카플레이, 미러링크 지원), 전동식 뒷좌석 후방 커튼,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 JBL 사운드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이날 시승한 신형 그랜저는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19인치 타이어) 모델(3,870만원)로 스마트 센스, 19인치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파노라마 선루프 등 풀옵션을 더해 4,505만원에 판매되는 최상위 트림이다.
신형 그랜저의 경쟁 모델로 비슷한 가격대의 기아 K7과 한국GM 임팔라, 르노삼성 SM7 등을 대표적을 꼽을 수 있지만, 동급 수입 준대형 경쟁 차종과 비교하면 가성비 높은 차량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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