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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의 새로운 전기 패밀리카, ‘세닉 E-Tech’ 직접 타보니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25-06-28 00:38:05
가족과 환경을 위한 전기차, 주행도 감성도 모두 잡았다


“정말 르노 맞아?”

르노의 전기 패밀리카,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이하 세닉 E-Tech)’을 마주한 첫 순간, 들었던 솔직한 감정이다.

특유의 유럽 감성이 묻어나는 매끈한 디자인, SUV와 세단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균형 잡힌 실루엣, 여기에 직관적인 실내 인터페이스까지.

겉모습만으로도 ‘2024 유럽 올해의 차’ 수상 이유가 충분히 납득됐다. 하지만 진짜 전기차는 겉보다 속. 그래서 직접 타봤다.



전원을 켜자 고요함이 먼저 반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느꼈던 엔진 진동이나 소음은 없다. 르노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AmpR Medium’을 기반으로 설계된 만큼, 이 차는 단순한 전기차 전환 모델과는 구조부터 다르다.

도심주행에서는 핸들링의 부드러움이 먼저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빠르게 반응하고, 조향비(12:1)와 회전수(2.34회전)가 짧아 조작이 직관적이다. 유턴이 잦은 도심 환경, 협소한 골목에서도 주행이 민첩하고, 회전 반경은 SUV임에도 불구하고 10.9m 수준으로 상당히 콤팩트하고 날렵하다.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승차감의 강점이 드러난다. 차체 하부에 달라붙은 87kWh 배터리로 무게중심이 낮게 형성되어, 고속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적고 안정감이 돋보인다. 차가 가라앉는 느낌. 전기차 특유의 소리 없는 질주와 단단한 하체 세팅이 인상적이다.

 

시승차는 160kW(218마력), 300Nm 토크를 내는 단일 모터 구동 방식. 수치상으로는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실주행에서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7.9초면 충분하다. 전기차 특유의 빠른 토크 반응이 출발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발끝을 자극한다. 가속은 매끄럽고 부드럽다.

제원상 공차중량 1,915kg 대비 1마력당 8.87kg 무게에 불과하다.

 

멀티 센스 주행모드에서는 세닉의 성격이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에선 스티어링이 날카로워지고 페달 응답성도 보다 민첩해진다. 반면 컴포트·에코 모드에서는 가족 탑승자를 위한 부드럽고 효율적인 주행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도심 주행 시 활용한 원페달 드라이빙 기능은 감속 타이밍이 예측 가능하고 자연스럽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대부분의 주행이 가능할 정도.

실제로 회생제동을 원페달로 반환지점까지 도착했지만 주행가능거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르노의 실내는 그동안 ‘실용’에 가까웠다면, 이번 세닉 E-Tech는 ‘감성’까지 챙겼다. 2열 레그룸은 278mm, 헤드룸은 884mm에 달하며, 완전히 평평한 플로어 설계가 더해져 성인 3명이 앉아도 여유롭다. 준중형 SUV 중에서도 공간활용성은 탁월한 편이다.

 

인상적이었던 건 뒷좌석 중앙 암레스트. ‘인지니어스 암레스트’라 불리는 이 구성에는 태블릿 거치대, 컵홀더, USB-C 포트가 일체형으로 마련돼 가족 단위 이용객에 최적화됐다.

 

솔라베이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도 인상 깊다. 4단계 투명도 조절이 가능해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실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탁 트인 개방감은 물론, 고급 라운지에 앉은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세닉 E-Tech의 또 하나의 강점은 르노가 오랜 시간 쌓아온 안전 기술력이다. 유로 NCAP에서 별 다섯(★★★★★) 최고 등급을 획득한 건 물론, 전기차 전용 안전시스템도 충실하다. 고전압 차단을 위한 ‘파이로 스위치’, 소방 구조 시 배터리 접근을 돕는 ‘파이어맨 액세스’, QR 기반 차량 구조 코드 시스템 ‘큐레스큐’까지, 르노다운 실용적이면서도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친환경 설계도 빠지지 않는다. 시트, 대시보드, 도어 트림 등 곳곳에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기반 소재를 활용했고, 가죽은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세닉 E-Tech은 단지 디자인이 예쁜 SUV가 아니다. 그 안에는 전기차로서의 효율, 패밀리카로서의 공간성과 편의성, 그리고 르노가 쌓아온 안전과 지속가능성의 철학이 조화를 이룬다.



무엇보다 직접 몰아본 주행감각이 좋다. 조용하고 안락하면서도, 때로는 경쾌하게 달리는 그 느낌. 세단과 SUV의 장점만을 모은 듯한 완성도가 인상 깊다.

지금 당신의 가족을 위한 첫 전기차를 고민 중이라면, 세닉 E-Tech은 꽤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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