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BMW 드라이빙센터가 위치한 영종도에서 BMW의 미래를 담은 첫 번째 노이어 클라쎄 양산형 모델인 BMW iX3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영종도 공도는 물론 BMW 드라이빙센터 트랙과 짐카나 코스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차량을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iX3는 단순히 '잘 만든 전기 SUV'가 아니라 BMW가 앞으로 어떤 전기차를 만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준점 같은 모델이었습니다.처음 차량과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기존 BMW와는 완전히 달라진 디자인이었습니다. 거대한 키드니 그릴 대신 수직으로 길게 뻗은 새로운 디자인과 깔끔하게 정리된 차체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BMW 특유의 존재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과감하게 선을 덜어낸 미니멀한 디자인은 사진보다 실제로 봤을 때 훨씬 완성도가 높았고, 공기저항계수(Cd) 0.24라는 수치가 이해될 만큼 전체적인 비례감도 상당히 뛰어났습니다.실내 역시 지금까지 경험했던 BMW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대시보드는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됐고, 전면 유리 하단 전체를 활용하는 새로운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몇 분만 지나니 계기판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정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속도와 내비게이션, 주행 보조 정보가 시야 가까이에 표시되면서 시선을 아래로 내릴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여기에 운전자 방향으로 기울어진 센터 디스플레이와 새로운 운영체제는 반응 속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빠르고 자연스러웠습니다. 메뉴 이동도 직관적이었고, 음성 인식 역시 상당히 정확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는 기존 BMW보다 한 단계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3D로 귓가를 자극하는 오디오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음은 과하지 않게 단단했고, 중·고음은 상당히 깨끗하게 표현됐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악기 분리가 명확했고, 팝이나 EDM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어우러져 작은 콘서트홀에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더해지면서 실내 개방감도 상당히 뛰어났습니다.본격적으로 공도 주행을 시작하자 BMW가 왜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최고출력 469마력, 최대토크 65.8kg·m의 힘이 지연 없이 즉각적으로 전달됐습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라는 수치는 숫자 이상의 체감성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속이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고급 전기차다운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조향감이었습니다. 최근 전기 SUV들은 무게 때문에 둔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iX3는 스티어링을 돌리는 순간부터 앞바퀴가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듯한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BMW가 새롭게 적용한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 제어 시스템 덕분인지 스티어링과 가속, 회생제동이 따로 노는 느낌 없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BMW 특유의 일체감 있는 주행 감각은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서스펜션 세팅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영종도 공도의 이음매나 요철을 지날 때는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면서도 차체가 한 번에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았습니다. 일반적인 전기 SUV처럼 무게를 억지로 감추려는 느낌이 아니라 차체가 노면을 단단하게 눌러주는 감각이었습니다. 덕분에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적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체가 노면에 착 달라붙는 안정감이 뛰어났고,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상당히 잘 억제돼 시속 100km를 넘어서도 실내는 매우 조용했습니다.트랙에서는 iX3의 진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해도 차체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고, 코너에서는 전기 SUV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롤이 적었습니다.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낮게 배치한 덕분에 무게중심이 상당히 안정적이었고, 코너 탈출 시 네 바퀴가 노면을 단단히 붙잡으며 힘을 전달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레이크 역시 회생제동과 기계식 브레이크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러워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짐카나 코스에서는 차량의 민첩성이 더욱 돋보였습니다. 좌우로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스티어링 입력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전기차 특유의 순간적인 토크와 BMW 특유의 섀시 밸런스가 만나면서 '운전이 재미있는 전기차'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배터리와 충전 성능 역시 현시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BMW의 6세대 eDrive 시스템과 800V 아키텍처를 적용해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초급속 충전기에서는 약 21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단 10분 충전으로 약 25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장거리 운행이 잦은 운전자들에게 상당한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충전 시간인데, iX3는 이러한 불안감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였습니다.국내 판매 가격은 SE 트림이 7,990만 원부터 시작하며 M 스포츠는 8,690만 원, M 스포츠 프로는 9,190만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국고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만, 실제 지원 금액은 거주 지역과 지자체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쟁 모델인 Audi Q6 e-tron, Mercedes-Benz EQE SUV, Porsche Macan Electric과 비교하면 긴 주행거리와 800V 초급속 충전,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BMW 특유의 주행 감성까지 고려했을 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번 시승을 마치고 가장 크게 남은 인상은 "전기차가 BMW를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브랜드가 전동화를 선택하면서 승차감과 효율성에 집중했다면, BMW는 여전히 운전자가 느끼는 즐거움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남겨두었습니다. 스티어링을 돌릴 때의 감각,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의 반응,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안정감까지 모든 요소에서 'BMW답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더 뉴 BMW iX3는 단순히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모델이 아니라 BMW가 앞으로 만들어갈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기준이었습니다. 전기차를 처음 고려하는 소비자는 물론, 지금까지 내연기관 BMW를 즐겨왔던 운전자들에게도 이질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종도에서 직접 경험한 iX3는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운전하는 즐거움까지 완성한 BMW다운 전기차였습니다.영종도=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