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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시승기_"차가 내 말을 알아듣는다", 똑똑해진 더 뉴 그랜저 직접 타보니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26-06-04 11:59:56
더 뉴 그랜저가 바꿔놓은 운전의 개념, 플레오스 OS
플레오스 OS가 바꿔놓은 플래그십의 기준, '이젠 차가 아니라 스마트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위력, 방지턱 넘는 순간 감탄


그랜저는 늘 익숙한 차였다. 하지만 이번 더 뉴 그랜저는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느낌이 달랐다. 
겉모습은 분명 그랜저인데, 차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단순히 디자인을 손본 페이스리프트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를 선언하는 현대차의 첫 번째 플래그십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가 적용되면서 그랜저는 이제 자동차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워졌다.

시승차는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블랙잉크 모델. 서울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일부 와인딩 구간까지 두시간 가량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했다.

▲ 리얼시승기_더 뉴 그랜저, "차가 내 말을 알아듣는다" 플레오스 커넥터


처음 마주한 더 뉴 그랜저는 기존 GN7보다 훨씬 낮고 넓어 보인다. 전면부는 15mm 늘어난 프론트 오버행과 샤크 노즈 디자인 덕분에 훨씬 공격적인 인상을 풍긴다. 얇아진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슬림 헤드램프는 이전 모델의 다소 둔해 보였던 이미지를 정리했고, 메시 패턴 그릴은 고급감까지 끌어올렸다. 후면부 역시 방향지시등 위치를 위로 올려 시인성을 개선했다. 실제로 야간 주행 중 뒤따르는 차량 입장에서도 방향지시등 식별이 훨씬 쉬워졌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된다.



새롭게 디자인된 D컷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감촉부터 만족스럽다. 기존보다 얇고 세련된 느낌이며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17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향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요즘 차들 다 큰 화면 달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플레오스 커넥트는 단순히 화면만 커진 시스템이 아니었다.

차량을 출발시키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기존 현대차 시스템과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화면 전환 속도는 스마트폰 수준으로 빨랐고 메뉴 구성 역시 태블릿을 사용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앱을 드래그해 위치를 바꾸고 화면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생성형 AI 비서 ‘글레오 AI’였다.

“근처에 주차 편하고 평점 좋은 냉면집 찾아줘.”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하자 차량은 의도를 이해하고 식당을 검색한 뒤 목적지 안내까지 연결했다. 기존 음성인식처럼 정해진 명령어를 외울 필요가 없다. 사람과 대화하듯 말하면 된다. 심지어 운전자의 위치와 맥락까지 이해해 창문 조작, 공조 설정, 시트 기능 제어도 수행한다. 자동차 안에서 AI와 대화하는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는 느낌이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앞으로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기반 운영체제를 채택해 차량용 앱스토어를 지원한다.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 업데이트하며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순간 기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계속 진화하는 구조다. 그랜저가 SDV 시대의 시작점이라는 현대차의 설명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실내에서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스마트 비전 루프였다.
일반 선루프와 달리 유리 자체의 투명도를 조절한다. 버튼을 누르면 머리 위 유리가 서서히 불투명해지는 모습은 마치 미래차 콘셉트카를 타는 기분이다. 채광은 유지하면서도 뜨거운 햇빛은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주행을 시작하면 그랜저 본연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2.5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5.3kg·m를 발휘한다. 숫자만 보면 특별할 것이 없지만 실제 느낌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터보 특유의 급격한 토크 폭발은 없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꾸준하고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대형 세단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도심의 과속방지턱과 노면 이음새를 지날 때 차체가 충격을 한 번에 흡수해버린다. 이전 GN7도 편안했지만 더 뉴 그랜저는 한 단계 더 정제됐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이가 더욱 분명했다.
시속 100km 이상 영역에서 노면의 작은 진동이 실내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포트홀을 밟아도 충격이 짧게 끝나고 불쾌한 2차 진동이 남지 않는다. 차체 강성을 높이고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를 적용한 효과가 그대로 느껴졌다.
캘리그래피 트림에 기본 적용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은 이번 변화의 핵심이다.

전방 카메라로 노면을 미리 읽고 감쇠력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개입했다"는 느낌보다 "노면이 좋아졌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SCC를 사용하면 HBC(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가 작동하면서 가감속 시 발생하는 앞뒤 흔들림을 줄여준다. 장거리 주행 시 피로감이 확실히 줄어드는 이유다.



더 뉴 그랜저의 핵심은 명확했다. 디자인 변화는 생각보다 크고, 승차감은 한층 정교해졌으며, 플레오스 커넥트는 자동차를 사용하는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전 그랜저가 최고의 국산 대형 세단이었다면, 더 뉴 그랜저는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한 첫 번째 그랜저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페이스리프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승을 마치고 차량을 반납하기 전, 자연스럽게 가격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요즘 5천만 원이 넘는 차량은 흔하지만, 막상 경험하고 나니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보다는 "이 정도면 납득이 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더 뉴 그랜저 2.5 가솔린 캘리그래피 블랙잉크 모델이었다. 기본 가격은 개별소비세 5% 기준 5,407만 원, 개소세 3.5% 기준 5,325만 원이다. 여기에 스마트 카드키(15만 원), 빌트인 캠 2 플러스(65만 원), 스마트 비전 루프(180만 원), 시트 컴포트 플러스(150만 원)를 추가한 사실상 풀옵션 사양이었다.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스마트 비전 루프와 시트 컴포트 플러스가 포함된 구성이다 보니, 옵션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마트 비전 루프는 단순한 선루프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고, 시트 컴포트 플러스는 장거리 주행에서 몸의 피로를 확실히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구성한 풀옵션 차량가격은 개소세 5% 기준 5,817만 원, 개소세 3.5% 기준 5,735만 원이다. 

예전 같으면 6천만 원에 가까운 국산 세단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겠지만, 이번 더 뉴 그랜저는 단순히 옵션이 많은 차가 아니라 플레오스 커넥트와 글레오 AI,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스마트 비전 루프 등 미래형 기술이 대거 적용된 첫 번째 현대차라는 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비싸졌다"는 생각보다 "그랜저가 한 단계 위급으로 올라갔구나"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남았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차량을 구매하는 순간 완성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확장되는 구조다. 지금의 5천만 원대 가격은 단순히 자동차를 구입하는 비용이라기보다 앞으로 진화할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함께 구매하는 비용이라는 느낌이었다.



결론은, 더 뉴 그랜저는 더 이상 단순한 대형 세단이 아니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플레오스 OS와 생성형 AI, 전자제어 서스펜션까지 더해지면서 "국민 세단"을 넘어 "대한민국형 SDV 플래그십"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페이스리프트라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 모델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차량이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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