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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서킷 흔든 중국 브랜드. 지리, TCR 개막전 상위권 독식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26-05-14 14:38:47
'중국차 무시했는데'. 지리, TCR 월드투어 2~5위 싹쓸이
볼보·폴스타 경험 녹였다. 지리 모터스포츠 무대 첫 승 달성


지리홀딩그룹이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단순한 참가 수준이 아니라, 데뷔한 신형 레이스카로 우승과 상위권을 휩쓸며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경기였다.

지리 그룹 모터스포츠(Geely Group Motorsport)는 지난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이탈리아 미사노 월드 서킷 마르코 시몬첼리에서 열린 2026 FIA TCR 월드 투어 개막전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특히 이번 성과는 새롭게 개발한 ‘지리 프리페이스 TCR(Geely Preface TCR)’의 데뷔 무대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레이스2에서 중국 출신 드라이버 마칭화(Ma Qinghua)는 3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빠른 스타트와 공격적인 추월로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6랩에서 선두를 탈환한 뒤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며 체커기를 가장 먼저 받아냈고, 지리 브랜드의 첫 TCR 월드 투어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팀 동료 테드 비요크(Thed Björk) 역시 3위를 차지하며 더블 포디움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전체 경쟁 구도였다. 지리 프리페이스 TCR은 개막 라운드 종합 순위에서 무려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하며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단순히 한 번의 이변성 우승이 아니라, 차량 자체의 완성도와 레이스 운영 능력이 동시에 검증된 셈이다.

이번 시즌부터 투입된 지리 프리페이스 TCR은 기존 링크앤코 03 TCR을 대체하는 차세대 투어링카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중형 세단 ‘싱루이(Xingrui)’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TCR 규정에 맞춘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 약 350마력 수준의 출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지리홀딩그룹의 핵심 플랫폼인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제작돼 경량화와 민첩한 코너링 성능까지 확보했다.



특히 이 차량 개발에는 세계적인 투어링카 명문팀 ‘시안 레이싱(Cyan Racing)’이 참여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안 레이싱은 과거 볼보와 폴스타, 링크앤코 기반 투어링카 프로젝트를 통해 수차례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경험을 가진 팀이다. 실제로 시안 레이싱은 WTCC와 WTCR, TCR 월드 투어를 통틀어 다수의 월드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5 시즌에도 링크앤코 03 TCR로 드라이버와 팀 챔피언을 동시에 차지했다.

지리홀딩그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한 전동화 브랜드 이미지를 넘어 고성능 기술 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지커(Zeekr), 링크앤코(Lynk & Co), 볼보(Volvo), 폴스타(Polestar)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전기차와 친환경 모빌리티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면, 이제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주행 성능과 내구성, 섀시 기술력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지리 그룹 모터스포츠는 2018년 설립 이후 중국 항저우와 스웨덴 예테보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모터스포츠 전략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레이스 참가가 아니라 양산차 기술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번 TCR 프로젝트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기술 경쟁력이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가성비’ 중심 이미지에 머물렀던 중국 브랜드들이 이제는 글로벌 모터스포츠에서 유럽과 일본 브랜드를 상대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엘란트라 N TCR, 혼다 시빅 타입R TCR 등 이미 검증된 경쟁 모델 사이에서 데뷔전부터 우승과 상위권 독식을 기록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리 그룹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프리페이스 TCR을 더욱 완성도 높은 차량으로 발전시켜 시즌 챔피언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미사노 개막전은 단순한 레이스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지리홀딩그룹이 전동화 기술뿐 아니라 고성능 주행 기술, 레이스 엔지니어링, 글로벌 모터스포츠 운영 역량까지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무대였기 때문이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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