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현장 분위기는 달라 보였다. 보통 상용차 발표 행사는 숫자와 제원 중심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더 뉴 2027 마이티’, ‘더 뉴 2027 파비스’, 그리고 ‘2027 엑시언트’는 첫인상부터 달랐다. 단순히 디자인 몇 군데 손본 연식변경 수준이 아니라, 실제 운전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환경과 피로감, 그리고 현장의 요구를 꽤 깊게 들여다본 흔적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세 모델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였다. 예전 현대 상용차들이 “일 잘하는 트럭” 이미지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브랜드를 입은 트럭” 같은 느낌이 강했다. 엑시언트부터 파비스, 마이티까지 이어지는 전면 디자인은 마치 하나의 패밀리룩처럼 통일감을 줬고, 특히 ‘V’ 형태 그래픽과 큐브 메쉬 패턴은 기존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만들었다. 가까이 다가가 실제 차체를 만져보니 단순히 화려하게 꾸민 게 아니라 금속 질감과 마감 완성도 자체가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11년 만에 큰 변화를 거친 더 뉴 2027 마이티는 현장에서 가장 체감 변화가 큰 모델이었다. 기존 마이티가 철저히 실용성과 내구성 중심의 ‘일하는 트럭’ 느낌이었다면, 이번 모델은 처음 문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건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AVN 디스플레이였다. 이전 모델의 투박한 상용차 감성이 거의 사라졌고, 승용차에 가까운 디지털 공간으로 변했다. 센터페시아의 원형 에어벤트와 정돈된 구성은 생각보다 세련됐고, 버튼 조작감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실제 운전자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체감 차이가 꽤 클 것 같았다.
운전석에 앉아 시트를 조절하고 스티어링을 잡아보니 예전 마이티 특유의 ‘상용차 감성’이 많이 줄어든 것도 인상적이었다. 버튼 시동과 스마트키, 전자식 파킹브레이크까지 적용되면서 “이게 진짜 마이티 맞나?” 싶은 순간도 있었다. 특히 후방카메라 화질은 기존 상용차 수준을 넘어섰다는 느낌이었다. 실제 현장 기사들이 좁은 골목이나 야간 상차 작업에서 체감할 부분이다.
외관에서는 새롭게 적용된 크롬 라인이 생각보다 존재감이 컸다.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강인한 느낌이다. LED 리어 콤비램프 역시 기존 벌브 타입 대비 시인성이 확실히 좋아졌고, 야간 운행 시 안전성 면에서도 체감 차이가 클 것으로 보였다. 현대차가 이번 마이티에 어드밴스드 에코롤 기능과 전자식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EBS)을 적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연비만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내리막이나 고속 주행 시 안정감까지 신경 쓴 세팅이라는 점에서 이전 모델 대비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비스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기존 파비스가 중형 상용차 시장에서 다소 애매한 포지션이었다면, 이번 더 뉴 2027 파비스는 확실히 “대형 트럭의 감성”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 느낌이었다. 실제 차량 앞에 서보면 전면부 존재감이 상당하다. 수직과 수평 그래픽이 강조된 디자인은 마치 거대한 산업 장비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줬고, 엑시언트와 동일한 루프 바이저가 들어가면서 훨씬 고급스럽고 묵직해졌다.
실내 역시 예상보다 변화 폭이 컸다. 마이티와 마찬가지로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AVN이 적용됐는데, 상용차 특유의 투박함 대신 현대차 최신 승용차와 비슷한 인터페이스 감성이 느껴졌다. 직접 화면을 조작해보니 반응 속도도 꽤 빠른 편이었다. OTA 업데이트와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지원하는 부분은 이제 상용차도 단순 운송 수단이 아니라 ‘업무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새롭게 추가된 ‘프레스티지 맥스’ 트림이었다. 프레임 높이와 두께를 키우고 강성을 강화해 최대 8톤 이상의 고하중 적재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실제 하부를 살펴보니 단순 수치 변화 이상의 차이가 느껴졌다. 프레임 구조 자체가 훨씬 단단해 보였고, 장거리 고하중 운행이 많은 운송업 종사자들에게는 꽤 반가운 변화가 될 듯했다. 기존 앨리슨 6단 자동변속기 대신 9단 자동변속기로 바뀐 점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상용차 시장에서도 연비와 정숙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데, 더 촘촘해진 기어비는 실제 운행에서 피로도를 줄이는 데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행사장 한쪽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건 역시 엑시언트였다. 대형 트럭 특유의 거대한 차체는 여전히 위압적이었지만, 이번 2027 엑시언트는 이전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특히 수소전기트럭 모델은 미래 상용차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보여줬다. 큐브 형태 메쉬 그래픽과 수직 크롬 가니쉬가 조명을 받으니 거의 콘셉트카 같은 분위기였다.
운전석에 올라가 보니 승용차 못지않은 첨단 사양들이 인상적이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스탑앤고, 고속도로 주행보조, 차로 유지 보조, 지능형 헤드램프까지 들어간 구성은 장거리 운전이 기본인 대형 트럭 기사들에게 체감 피로도를 크게 줄여줄 것 같았다. 특히 실제 상용차 운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브레이크와 조향 안정성인데, 현대차는 이번 엑시언트에 디스크 브레이크와 내구성 강화 부품들을 새롭게 적용하며 신뢰성을 높였다. 하루 수백 km를 달리는 환경을 생각하면 이런 변화는 단순 옵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이날 현장에서 강하게 느껴졌던 건, 현대차가 상용차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튼튼하면 된다”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운전자의 피로감과 디지털 경험, 정숙성, 안전까지 승용차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흐름이 확실히 보였다. 실제로 세 모델 모두 전면 윈드실드에 다이렉트 글레이징 공법을 적용해 정숙성을 높였고, 실내 소음 차단 수준도 이전 대비 꽤 개선된 느낌이었다. 문을 닫는 순간 들려오는 차음감 자체가 달랐다.
행사장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결국 이런 변화들이 단순한 ‘보여주기용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 운전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었다. 장거리 운행, 반복되는 상하차, 좁은 골목 진입, 야간 작업, 유지비 부담까지. 현대차는 이번 더 뉴 2027 마이티와 파비스, 그리고 2027 엑시언트를 통해 상용차 시장에서도 이제는 디자인과 디지털 경험, 그리고 운전자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