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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서 존재감 드러낸 지커의 야심. 2초대 괴물 왜건·초호화 MPV·1400마력 SUV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26-05-08 18:10:50
지커 브랜드 갤러리 직접 가보니~ 현장 르포
한국 시장 공략 본격화. 럭셔리와 테크의 경계 허문 지커
브랜드 CI가 적용된 공간에서 001 FR, MIX, 9X, 009 그랜드 등 전시
▲ 강남 한복판서 존재감 드러낸 지커의 야심. 2초대 괴물 왜건·초호화 MPV·1400마력 SUV #zeekr #001FR #009 #MIX #9X


강남 대치동 한복판. 수입차 전시장들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 사이로 낯선 오렌지 컬러와 거대한 ‘ZEEKR’ 로고가 시선을 끌었다. 지난 6일 문을 연 지커 코리아의 ‘지커 브랜드 갤러리’ 현장이었다. 

단순한 전시장 오픈 행사라고 생각하고 들어섰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분위기는 예상과 꽤 달랐다. 신차를 늘어놓고 설명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커라는 브랜드가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하게 만드는 일종의 ‘브랜드 쇼룸’에 가까웠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브랜드 월과 히스토리 월이었다. 2021년 출범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 지커의 성장 과정이 한눈에 정리돼 있었다. 
권오상 지커코리아 매니저는 “한국 소비자들이 아직 지커를 낯설어하는 만큼, 먼저 브랜드 자체를 이해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도 단순히 올해 말 국내 출시 예정인 7X를 알리기보다는, 지커가 추구하는 ‘럭셔리 테크놀로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전시장 중앙에는 지커의 핵심 플랫폼인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가 실제 구조물 형태로 전시돼 있었다. 배터리와 차체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플랫폼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고, 단순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라는 수준을 넘어 ‘확장형 전동화 아키텍처’라는 느낌이 강했다. 

소형차부터 대형 SUV, MPV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고, 현장에서는 초고속 충전과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 800V 시스템을 넘어 900V 시스템 상용화 기술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라기보다 IT 기업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기분도 들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끈 모델은 단연 001 FR이었다. 왜건 특유의 실루엣 위에 과격한 에어로 파츠와 카본 디테일이 덧입혀져 있었는데,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곳곳에 적용된 카본파이버와 붉은 포인트가 시선을 자극했다. 실내에 앉아보니 알칸타라와 레이싱 시트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더 놀라운 건 성능 수치였다. 최고출력 1265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2.02초. 수치만 보면 하이퍼카 영역이다. 
진보한 지커코리아 매니저는 “키미 라이코넨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고, 네바퀴 각각 4개의 모터가 적용되어서 탱크턴까지 가능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 바닥에 놓인 차량을 보고 있자니, ‘중국 전기차’라는 기존 인식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졌다.



반면 MIX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를 현실로 꺼내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조수석 방향의 더블 슬라이딩 도어였다. 문이 열리는 순간 차 안과 밖의 경계가 거의 사라지는 수준이었다. B필러가 없는 구조 덕분에 공간감은 예상 이상이었다. 실제로 안에 들어가 보니 일반 MPV보다 훨씬 넓게 느껴졌고, 시트를 회전시키고 레일을 움직이며 다양한 공간 시나리오를 구현하는 모습은 마치 이동식 라운지를 보는 듯했다.



특히 아이를 둔 가족이나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많았다. 1열 시트를 돌려 마주 앉는 구조, 침대처럼 펼쳐지는 실내, 낮은 플로어와 넓은 승하차 공간은 기존 미니밴과도 접근 방식이 달랐다. 단순히 ‘큰 차’가 아니라 생활 공간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느껴졌다.

009 그랜드 컬렉터스 에디션은 또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이미 거대한 전기 MPV인 009 자체도 존재감이 강하지만, 컬렉터스 에디션은 거의 ‘움직이는 VIP 라운지’에 가까웠다. 24K 순금 엠블럼과 금빛 웨이스트라인, 43인치 미니 LED 스크린, 31개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라기보다 럭셔리 브랜드 전시회에 가까웠다.



그리고 전시 관람의 마지막은 단연 9X였다. 별도로 마련된 프라이빗 존 안에서 마주한 9X는 지금까지 봤던 지커 모델들과 또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단순히 큰 SUV가 아니라, 지커가 생각하는 ‘궁극의 럭셔리’가 어떤 방향인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압도적인 비율이었다. 거대한 차체와 높은 보닛, 거침없이 이어지는 대형 그릴은 마치 초대형 럭셔리 SUV를 보는 듯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단순히 웅장함만 강조한 차는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차체를 따라 이어지는 C-링 라인과 매끈한 면 처리,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최소화한 디자인은 오히려 미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현장 설명에 따르면 고대 중국 궁궐의 기단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차 앞에 서 있으면 묘하게 건축물 같은 존재감이 느껴졌다.



문이 열리는 순간 분위기는 더 달라졌다. 전동 사이드 스텝이 내려오고, 거의 90도 가까이 열리는 도어 덕분에 승하차 자체가 일반 SUV와는 차원이 달랐다. 실내는 ‘탑승한다’기보다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특히 2열 클라우드 라운지 시트는 현장에서 직접 앉아본 사람들 대부분이 감탄할 정도였다. 무중력 모드와 마사지 기능, 회전 기능까지 지원하는 시트는 단순히 편안한 수준을 넘어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떠올리게 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지커가 왜 9X를 브랜드 최상위 모델로 내세우는지도 이해됐다. 단순히 소재를 고급스럽게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승객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더 편안하고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에 집중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루프에 적용된 삼성 OLED 디스플레이와 넓은 중앙 통로, 개방감은 기존 럭셔리 SUV들과도 결이 달랐다.



성능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뀌었다. 9X는 지커 최초의 슈퍼 하이브리드 시스템 적용 모델이다. 900V 아키텍처 기반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3개의 전기모터, 2.0 터보 엔진이 결합되며 최고출력은 무려 1030kW, 약 1400마력 수준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1초. 거대한 럭셔리 SUV가 슈퍼카 수준의 성능까지 품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단순히 정숙하고 편안한 SUV가 아니라, 기술력 자체를 과시하는 플래그십이라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진보한 매니저의 설명이었다. “9X는 지커가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입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이날 브랜드 갤러리를 모두 둘러본 뒤에는 그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001 FR이 극단적인 퍼포먼스를, MIX가 새로운 공간 경험을 보여줬다면, 9X는 그 모든 기술과 감성을 하나로 묶어낸 결과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건 지커가 단순히 디자인과 화려함만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장 한편에는 중국 닝보에 위치한 지커 인텔리전트 팩토리와 지리 안전 센터에 대한 소개도 마련돼 있었다. 7200톤급 메가 다이캐스팅, 703대 로봇이 만드는 자동화 공정,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안전 테스트 시설 같은 설명들이 이어졌다. 단순히 “잘 만든 전기차”가 아니라, 제조 기술과 안전 기술까지 글로벌 수준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커 디자인 총괄을 맡고 있는 슈테판 실라프의 이력도 눈길을 끌었다. 아우디와 벤틀리 등을 거친 디자이너가 현재 지커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왜 차량 곳곳에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감성이 느껴졌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올해 말 국내 출시 예정인 7X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한다. 유로 NCAP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브랜드 성장세도 빠르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에 맞춘 서비스와 상품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 첫 모델로 7X를 선택한 이유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는데, 단순히 판매량 때문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SUV 시장에 지커의 기술력과 브랜드 방향성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7X는 유럽 디자인 센터에서 완성된 매끈한 실루엣과 긴 휠베이스, 낮고 넓은 차체 비율 덕분에 전통적인 SUV보다 훨씬 미래적인 분위기로 개발됐다. 특히 수평형 LED 라이트와 매끈하게 이어지는 차체 면 처리에서는 기존 중국 전기차 특유의 과한 느낌보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감성이 더 강하다.



현장 관계자들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역시 충전과 주행 성능이었다. 800V 고전압 시스템 기반으로 개발된 7X는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일부 사양 기준 10분 충전으로 약 30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듀얼모터 AWD 모델은 최고출력 646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도달한다. 단순히 효율 중심의 SUV가 아니라, 지커 특유의 퍼포먼스 감성을 유지한 모델이라는 설명이었다.

전시장을 나설 때쯤 생각은 단순했다. 지커는 지금 한국 시장에서 단순히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기준 자체를 다시 정의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날 대치동에서 열린 브랜드 갤러리는 그 시작을 꽤 강렬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중국 전기차”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기엔, 현장에서 보고 느낀 지커의 방향성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고 복합적이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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