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찾았습니다. 이날 현장에서는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디 올 뉴 투싼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The all-new TUCSON Tech·Experience Day)’가 열렸습니다.
단순히 신차의 디자인이나 사양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완성된 자동차를 보면서 쉽게 지나쳤던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개발 담당 연구원들의 설명과 실제 전시물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현대차는 이날 5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투싼의 개발 배경부터 디자인, 차체 성형 기술, 파워트레인, 패밀리카 상품성, 안전 기술까지 차량에 담긴 핵심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역시 차량의 외관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상당히 대담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실제 차량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인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특히 측면에서 바라본 차체의 볼륨과 리어 펜더의 굴곡이 상당히 깊고 선명했습니다.
철판을 단순히 평평한 면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조각하듯 입체적으로 밀어 올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현대차가 이번 투싼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강조한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디자인 수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면부에서는 길게 뻗은 클램쉘 타입 후드가 강한 존재감을 만들어냈습니다. 차체 양끝을 연결하는 H-엣지 라이팅은 차폭을 넓어 보이게 만들면서 안정적인 인상을 줬고, 중앙부의 입체적인 조명과 하단부의 볼드한 디자인이 서로 대비되면서 이전 투싼보다 한층 강한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뒤쪽으로 돌아가면 프리즘을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테일램프와 리어 펜더의 볼륨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특히 리어 펜더는 이번 투싼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현장에서 실제 차체 패널을 함께 보면서 이 디자인이 왜 어려운 작업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디 올 뉴 투싼의 실제 후드와 사이드 아우터 패널, 그리고 이전 세대 투싼의 후드가 함께 전시돼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철판’ 하나를 놓고 비교하는 전시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져보니 디자인의 차이가 훨씬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자동차의 외판 하나에도 수많은 성형 기술과 검증 과정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리어 펜더는 기존 모델보다 볼륨을 약 20% 확대했고 성형 깊이도 40mm에서 71mm로 크게 늘렸습니다. 성형 각도 역시 기존 39.5도에서 26.5도로 더 가파르게 바뀌었습니다. 철판을 이렇게 깊고 복잡하게 당겨 성형하다 보면 한쪽에서는 철판이 지나치게 늘어나 크랙이 발생하고, 다른 쪽에서는 소재가 몰려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개발 과정에서도 같은 부위에서 크랙과 주름이라는 상반된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현대차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한 것이 다방향 인장 제어 기술과 다단 성형 공법입니다. 쉽게 말하면 철판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과도하게 당겨지는 것을 여러 방향으로 제어하고, 한 번에 무리하게 형상을 만드는 대신 여러 단계로 나눠 성형하는 방식입니다. 전시된 패널을 실제로 살펴보면서 설명을 듣고 나니 리어 펜더에 만들어진 깊은 굴곡이 단순히 디자인팀의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후드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디 올 뉴 투싼에는 기존보다 길어진 익스텐디드 클램쉘 타입 후드가 적용됐습니다. 전체 길이는 기존 대비 15% 늘었고 중앙을 기준으로 양쪽의 볼륨도 50% 확대됐습니다. 특히 A필러 주변까지 후드가 길게 이어지면서 성형 난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초기 성형 과정에서는 윈드실드 글라스 부근에서 철판이 얇아지며 크랙이 발생했고, 반대로 소재 유입을 늘리면 다른 부위에 굴곡이 생기는 문제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등장한 기술이 포지 형상 제어 기술입니다. 철판의 일부에 의도적으로 볼록한 형상을 만들어 해당 부위가 금형에 닿는 시점을 조절하고, 최종 성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후드 끝단을 마무리하는 헤밍 공정에는 유닛 캠 구조까지 적용했습니다. 일반적인 프레스가 위아래 방향으로만 힘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패널 형상에 맞춰 압력을 전달할 수 있어 복잡한 후드 형상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 모든 과정이 자동차가 완성된 뒤에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대차는 디자인 초기부터 디자인과 설계, 성형기술 부문이 함께 형상을 검토했고, 실제 성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랙이나 굴곡을 사전에 예측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차종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성형 해석과 검증을 진행했고, 리어 펜더는 약 3배 이상, 후드는 약 5배 이상 해석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바라보는 것은 완성된 자동차 한 대지만 그 안에는 수없이 반복된 ‘분석-수정-검증’의 과정이 숨어 있었던 셈입니다.
외관을 충분히 살펴본 뒤에는 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디 올 뉴 투싼은 1.6 터보 가솔린과 1.6 터보 하이브리드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운영됩니다. 1.6 터보 가솔린은 대용량 터보차저를 적용해 최고출력 193마력를 확보했고, 기존 7단 DCT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1.6 터보 엔진과 P1·P2 두 개의 모터를 조합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시스템 최고출력 245마력를 발휘합니다.
이번 투싼 하이브리드에서 특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단순히 출력만 높인 것이 아니라 효율까지 함께 개선했다는 점입니다. 기존보다 10마력 높아진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확보하면서도 17인치 휠, 2WD 기준 복합연비는 기존보다 1.2km/ℓ 개선된 17.4km/ℓ를 달성했습니다. 회생제동 영역을 확대하고 내비게이션 등 주행 정보를 활용해 감속 시점을 알려주는 관성 주행 안내도 새롭게 적용했습니다.
공기 흐름을 다듬은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전면 범퍼 안쪽의 액티브 에어 플랩이 주행 상황에 따라 열리고 닫히고, 리어 스포일러와 17인치 공력 휠, 리어 범퍼 스포일러 형상도 최적화했습니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는 기존 0.33Cd에서 0.30Cd로 낮아졌습니다.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엔진과 모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체 바깥을 흐르는 공기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차량에 직접 올라타 보니 이번 투싼이 왜 패밀리 SUV를 강조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차체는 기존보다 전장 60mm, 전폭 40mm, 전고 20mm, 휠베이스 30mm가 각각 확대됐습니다. 특히 2열 레그룸은 14mm, 헤드룸은 29mm 늘어났고 1·2열 숄더룸도 각각 6mm 확대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몇 mm의 차이지만 실제 차량 안에서 2열에 앉아보면 공간을 보다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변화입니다.
트렁크도 실용성을 높였습니다. 1.6 터보 가솔린 모델은 622L에서 645L로, 하이브리드는 610L에서 639L로 용량이 늘었습니다. 유모차나 캠핑 장비처럼 부피가 큰 짐을 싣는 패밀리 SUV의 특성을 고려한 변화입니다. 2열 도어 개방각도 기존 73도에서 83도로 넓어져 어린 자녀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큰 짐을 뒷좌석으로 넣을 때도 편리하도록 했습니다.
실내에서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부분까지 가족 사용성을 고려했다는 점입니다. 운전자와 동승자가 스마트폰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과 팜레스트 히든 트레이, 2열 도어트림 컵홀더 등이 마련됐습니다. 트렁크에는 현대 애드기어를 적용해 캠핑과 레저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차량을 살펴보면서 체감하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정숙성과 승차감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차체와 서스펜션 구조를 개선하고 차음·흡차음재를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개발 설명에서는 1열뿐만 아니라 2열 측면까지 차음 글라스를 확대했고, 1열 측면 유리는 5T 사양으로 두께를 1mm 높였습니다. 도어 글라스런 역시 이음매 없는 일체형으로 변경해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을 줄였습니다.
바닥과 엔진룸 주변의 흡차음 설계도 강화했습니다. 엔진룸과 캐빈 사이 대시 아이소 패드의 차음층 면적을 약 51% 확대했고 언더플로어 패드의 적용 범위도 넓혔으며, 플로어 카펫에는 고밀도 PU폼을 적용했습니다. 결국 정숙성이라는 것은 특정 부품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리, 도어, 바닥, 엔진룸, 마운트까지 여러 요소를 동시에 손보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스펜션 역시 단순히 부드럽게 만드는 방향보다는 가족이 함께 탔을 때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인 거동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신형 서스펜션 밸브를 통해 저속과 고속 영역에서 노면 충격을 보다 부드럽게 처리하도록 했고, 하이브리드에는 구동 모터를 활용해 차량의 상하 및 전후 움직임을 제어하는 E-트랙션을 적용했습니다.
안전 기술도 이번 테크데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차체에는 1GPa급 이상의 핫스탬핑 및 초고장력 강판 적용을 확대해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기존 55.2%에서 58%로 높였고 평균 인장 강도는 726MPa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비틀림 강성은 20.7%, 굽힘 강성은 34.5% 향상됐습니다.
측면 충돌에 대응하는 B필러도 강화했습니다. B필러 강도를 기존 1.5GPa에서 1.8GPa로 높이고 두께를 1.1mm에서 2.0mm로 늘려 탑승자 생존 공간을 기존보다 약 22.7%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현대차 최초로 ‘도어 언락 전원 이중화’를 적용해 사고로 주 전원이 차단되는 상황에서도 별도의 전원을 활용해 도어 잠금 해제를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실생활에서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기능도 눈에 띕니다. 전방 하단 사각지대 장애물을 감지해 필요하면 제동을 보조하는 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와 차량 하부 및 주변을 투명한 영상으로 보여주는 그라운드 뷰가 적용됐습니다. 여기에 1열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총 9개 에어백,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전자식 변속 레버 P단 긴급제동 등도 기본 적용됩니다.
디지털 경험 역시 이번 투싼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개발 콘셉트 설명에서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와 생성형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를 통해 공조와 내비게이션 등 차량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차량 전용 서드파티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플레오스 앱마켓도 지원합니다.
현장에서 모든 설명을 듣고 차량을 다시 바라보니 처음 봤을 때와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강한 리어 펜더와 길어진 후드, 대담한 전면 디자인이 먼저 들어왔지만, 개발 과정을 알고 나니 그 선 하나와 면 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였습니다. 특히 실제 후드와 사이드 아우터 패널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서는 자동차 외판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이 철판이 어떻게 이 모양이 됐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투싼은 2004년 처음 등장한 이후 2025년 현대차그룹 SUV 가운데 처음으로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이날 현대차가 강조한 것도 바로 이 ‘1,000만 고객’이었습니다. 이제 디 올 뉴 투싼은 단순히 많이 팔린 준중형 SUV라는 의미를 넘어, 세계 각지의 서로 다른 도로와 기후, 고객의 다양한 생활환경을 경험하며 진화한 글로벌 패밀리 SUV라는 위치에 서게 됐습니다.
이번 테크·익스피리언스 데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디 올 뉴 투싼의 핵심은 결국 ‘보이는 변화보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은 더욱 대담해졌지만 그 디자인을 양산하기 위해 성형 기술을 새롭게 고민했고, 출력은 높아졌지만 연비까지 개선했으며, 차체는 커졌지만 강성과 정숙성, 승차감을 함께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가족을 위한 공간과 편의사양, 충돌 상황을 고려한 차체 구조와 첨단 안전기술, 새로운 디지털 경험까지 한꺼번에 담았습니다.
특히 이번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동차 한 대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기술이 필요한가’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디자인 담당 연구원이 그려낸 선을 성형기술 담당자가 실제 철판으로 만들어내고, 파워트레인과 섀시 개발진이 성능과 효율을 맞추며, 시험과 안전 담당자들이 수많은 검증을 반복합니다. 결국 소비자가 마주하는 투싼 한 대에는 이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현대차가 이번 디 올 뉴 투싼을 두고 ‘세상에 맞설 힘의 시작, 디 임파워드(The Empowered)’라는 메시지를 제시한 이유도 현장을 직접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숫자나 새로운 디자인만을 앞세우기보다 1,000만 대라는 글로벌 베스트셀러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 성능, 효율, 공간, 정숙성, 안전, 디지털까지 차량 전반을 다시 다듬었다는 것이 이번 투싼의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 공개된 기술을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디 올 뉴 투싼의 가장 큰 변화는 겉모습만이 아니라 그 겉모습을 만들어낸 ‘기술의 깊이’에 있다는 점입니다.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후드의 굴곡 하나, 리어 펜더의 볼륨 하나, 차 안에서 느끼는 작은 진동 하나까지 다시 들여다본 5세대 투싼은 그렇게 1,000만 SUV 이후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실제 후드와 사이드 아우터 패널 등을 활용한 차체 성형 기술 전시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