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BMW 모토라드의 새로운 중형 어드벤처 모터사이클 ‘뉴 F 450 GS’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날 시승은 영종도 일대의 온로드 구간과 BMW 드라이빙센터 내부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를 오가며 진행됐는데요. 처음 바이크 앞에 섰을 때와 시승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의 생각이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450cc급 GS니까 아무래도 작은 GS겠지’라는 생각이 앞섰지만, 실제로 타보니 F 450 GS는 단순히 배기량을 줄인 GS가 아니라 BMW가 GS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균형을 178kg이라는 가벼운 차체에 다시 담아낸 바이크에 가까웠습니다. BMW가 국내에서 9월 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F 450 GS는 익스클루시브와 GS 트로피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각각 1,250만원과 1,350만원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차체였습니다. GS 특유의 비크와 X자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풀 LED 헤드라이트, 특유의 플라이라인까지 BMW GS 패밀리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살아 있지만 대형 GS처럼 압도적인 크기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얇고 날렵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립니다. 14리터 연료탱크도 중앙부를 슬림하게 다듬어 무릎으로 차체를 잡기 편하도록 했고, 앉아서 타는 자세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 일어선 자세에서도 차체를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직접 올라가 보니 이런 설계가 왜 중요한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드벤처 바이크는 단순히 엔진 출력만으로 재미를 만드는 장르가 아니라 라이더가 바이크를 얼마나 쉽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F 450 GS는 처음부터 이 부분을 신경 쓴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시트에 앉아 핸들을 잡는 순간에도 ‘큰 바이크를 억지로 줄여놓은 느낌’보다는 차체와 라이더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공차중량 178kg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제원표상의 숫자로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인상적입니다. 바이크를 세우고 방향을 바꾸거나 저속에서 움직일 때 확실히 가볍습니다. 특히 어드벤처 바이크 특유의 높은 차체 때문에 정차나 유턴에서 긴장하게 되는 상황이 있는데 F 450 GS는 이런 순간에도 차체를 쉽게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전륜 19인치, 후륜 17인치 휠 구성은 극단적인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와 비포장도로를 모두 아우르는 성격에 맞춰져 있습니다. 앞뒤 서스펜션 스트로크도 각각 180mm에 달해 일반적인 도심도로에서의 승차감은 물론 노면이 거칠어지는 순간에도 여유가 느껴지는 구성입니다.
영종도 온로드 구간에 들어서면서 420cc 수랭식 2기통 엔진의 성격이 드러났습니다. 최고출력 48마력, 최대토크 43Nm(약 4.4kg·m)의 성능을 내는 엔진인데 숫자만 보면 ‘450cc니까 이 정도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스로틀을 열어보면 생각보다 경쾌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차체가 178kg으로 가볍다 보니 출력 이상의 경쾌함이 느껴집니다.
저속에서는 다루기 편하고, 속도를 올리면 2기통 엔진 특유의 박력도 분명하게 살아납니다. 135도 크랭크핀 오프셋을 사용한 엔진은 일반적인 병렬 2기통과 다른 박동감과 사운드를 만들어내면서 역회전 밸런서 샤프트를 통해 불필요한 진동을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해외 시승에서도 이 엔진은 저회전에서 충분한 토크를 내면서도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을 꾸준히 이어가는 성격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온로드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차체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코너에 들어갈 때 ‘이만큼 기울여도 괜찮을까?’라는 부담이 적고, 방향을 바꿀 때 바이크가 비교적 가볍게 따라옵니다. 19인치 앞바퀴가 21인치 전륜을 사용하는 정통 오프로드 지향 어드벤처 바이크보다 온로드에서 조금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속감도 F 450 GS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6단 변속기에 시프트 어시스턴트 프로가 적용돼 클러치 레버를 계속 조작하지 않고도 업·다운 변속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속도를 올리면서 기어를 차례로 올려보면 손가락으로 클러치 레버를 잡았다 놓는 동작이 사라지는 만큼 주행 자체가 상당히 간결해집니다. 특히 와인딩에서 스로틀을 유지한 채 변속할 때 F 450 GS의 가벼운 차체와 맞물려 꽤 재미있는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매끄럽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엔진 회전수와 주행 상황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BMW 드라이빙센터 내부 오프로드 구간으로 진입합니다. 아스팔트에서는 ‘가벼운 GS’ 정도로 생각했다면 흙길에 들어서는 순간 F 450 GS의 진짜 장점이 훨씬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노면이 고르지 않고 타이어가 자꾸 미끄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차체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바이크가 가벼우니 앞바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몸으로 받아내며 자세를 다시 잡기가 쉽습니다. 오프로드에서 대형 GS를 타본 경험이 있는 라이더라면 이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거운 바이크를 힘으로 억누르는 것과 가벼운 바이크를 몸으로 움직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오프로드에서는 라이딩 모드의 차이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레인, 로드, 엔듀로, 엔듀로 프로 등 주행 환경에 따라 엔진과 트랙션 컨트롤, ABS 등의 개입 특성이 달라지는데, 노면이 미끄러워질수록 전자장비의 세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엔듀로 계열 모드에서는 뒷바퀴의 움직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전자장비가 개입해 라이더의 실수를 막아주는 수준을 넘어 바이크를 직접 가지고 노는 재미까지 만들어줍니다. 자갈길과 흙길, 물길, 경사로 등에서 차체가 쉽게 움직여 라이더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점이 강점이었습니다.
GS 트로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지 라이드 클러치(Easy Ride Clutch)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원심식 장치를 이용해 엔진 회전수에 따라 클러치의 연결과 분리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인데, 정차할 때 클러치 레버를 잡지 않아도 되고 출발할 때도 스로틀을 열면 바이크가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분명 낯섭니다.
1단을 넣고 클러치 레버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모터사이클 감각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속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오프로드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는 왼손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장점이 분명합니다. BMW 역시 ERC를 통해 출발과 정차, 저속 오프로드에서의 조작 부담을 줄이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ERC가 모든 라이더에게 무조건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경사로에서 정차했을 때 일반적인 수동 클러치처럼 기어가 체결된 상태만으로 바이크를 잡아주는 느낌이 부족하거나, 아주 느린 속도에서 클러치가 개입하는 특성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초보 라이더에게는 시동을 꺼뜨릴 걱정이 크게 줄어드는 만큼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F 450 GS의 ERC는 라이더의 숙련도와 주행 환경에 따라 장점의 크기가 달라지는 장비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BMW F 450 GS를 하루 동안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결국 ‘출력보다 무게가 중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48마력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대형 GS와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이지만, 178kg이라는 가벼운 차체와 420cc 2기통 엔진, 19·17인치 휠, 180mm 서스펜션이 어우러지면서 실제 라이딩에서는 숫자 이상의 재미를 만들어냅니다. 온로드에서는 생각보다 충분히 빠르고, 와인딩에서는 가볍게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오프로드에서는 차체를 몸으로 직접 제어하는 재미가 살아 있습니다. 여기에 6.5인치 TFT 계기판, ABS Pro, DTC, DBC, MSR, 다양한 라이딩 모드, 열선 그립, USB-C 등 장거리 주행을 고려한 편의·안전장비까지 갖췄습니다.
물론 F 450 GS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 바이크는 아닙니다. 19인치 앞바퀴는 도로와 가벼운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데는 유리하지만 극한의 험로에서는 21인치 전륜을 사용하는 본격 엔듀로 성향의 바이크보다 한계가 분명합니다. 48마력 역시 대배기량 GS를 타던 라이더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BMW가 F 450 GS를 만든 목적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거대한 배기량과 높은 차체, 200kg을 훌쩍 넘는 무게 때문에 어드벤처 바이크 입문을 망설였던 라이더에게 ‘GS를 이렇게 가볍게 탈 수도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번갈아 경험하고 나니 처음 봤을 때의 ‘작은 GS’라는 표현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F 450 GS는 작은 GS라기보다 GS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담을 덜어낸 GS에 가깝습니다. 178kg이라는 숫자가 실제 주행에서 그대로 체감되고, 420cc 2기통 엔진은 48마력이라는 제한 속에서도 충분히 경쾌했으며, 오프로드에서는 차체를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했습니다. 특히 GS 트로피의 이지 라이드 클러치까지 더해지면 초보 라이더도 오프로드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결국 BMW F 450 GS는 ‘작다고 얕봤다간 큰코다칠 바이크’라는 표현이 꽤 잘 어울립니다.
대형 GS의 웅장함을 그대로 가져온 바이크는 아니지만, 오히려 가볍고 쉽게 움직이는 덕분에 GS가 왜 오랫동안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상징으로 불려왔는지를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모델이었습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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