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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비극' 막아라, 친환경차로 떠난 한국의 숲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16-02-26 13:35:25



[TV리포트(카리포트)=김혜인 기자]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1951년 4월19일. 국군 6사단과 해병대 1연대는 UN군의 지원을 받으며 중공군과 전투를 벌였다. 떠도는 말에 따르면 당시 강원도 양구에서 벌어진 전투로 3만명 이상이 파로호에 수장됐다고 한다. 불과 60여년 전 일어난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다.
당시 전투가 치열하던 강원도 양구에 이승만 대통령이 찾아왔다. 중공군을 크게 물리치고 난 뒤였다. 이 대통령은 양구 한 가운데를 휘감아 도는 호수를 '적을 크게 물리쳤다'는 뜻의 파로호라고 이름지었다. 지금도 양구에는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다. 북한이 뚫어놓은 땅굴도 남아있고 이른바 '펀치볼'이라고 부르는 분지를 내려다보는 산에는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친환경차 이야기에 앞서 가슴 아픈 전쟁의 기억을 꺼낸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은 대부분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라고 배웠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도 나무를 심는 행위는 자연을 위한 소중한 기부로 인식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안보'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관광지가 없는 강원도 양구는 아직도 전쟁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산 너머에는 평화의 댐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파로호가 있다. 분지인 까닭에 여름에도 한반도의 남쪽 못지 않게 더운 이곳은 아쉽게도 휴가지로 환영받지도 못한다. 여러모로 쉽게 찾아가긴 어려운 곳. 군대 생활의 기억이 대부분일 곳. 그곳이 양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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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환경차를 타고 이곳을 찾아갔다.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친환경차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솔린차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전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떠오른 지역이 강원도 양구다.



양구의 사명산으로 올라갔다. 원래 산을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길을 낸 '임도'를 따라갔다. 오프로드 동호회가 알음알음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오르고 내리는 길이다. 눈 내린 길에는 두 사람이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간 흔적이 남아있다.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근원으로 꼽히는 자동차를 타고 이 산을 오른 이유는 숲을 보기 위해서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 높은 곳에서 숲을 보기 위해서다. 앞서 말했듯 양구는 60년 전에 치열한 전쟁을 치렀다. 포탄이 터졌고 탱크가 산을 누볐다. 아직도 산의 곳곳에서는 당시의 잔해가 발견되는 곳이다. 전쟁은 숲을 빼앗았다. 나무는 불타고 꺾였으니 숲은 사라졌다. 산은 민머리를 내밀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재건 과정에선 나무를 심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60년이 흘렀고 이제는 숲이 됐다.



과거에는 전쟁이 숲을 망쳤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나무를 죽였다. 대기를 정화할 숲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모두가 대기를 망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걱정하는 이산화탄소 문제는 우리 눈 앞에 벌어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대신 봄이오면 찾아오는 황사, 이상 고온, 폭우, 폭설과 같은 기상 이변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명산 정상에 오르니 벌거숭이가 됐던 과거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아마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오르는 것일 듯. 산의 반대편은 화재가 있었는지 검게 그을렸다. 아직도 나무와 숲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나무의 57%가 21~40년생인 젊은 나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뒤에 조림을 시작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무는 늘었지만 이들이 처리해야 할 이산화탄소도 늘었다. 지난 60년을 뒤돌아보면 나무를 심는 것이 더 많았는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더 늘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는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 1968년 미국 사이언스에 실린 가레트 하딘의 이론이다. 공유지에서 공동체 구성원이 소를 키우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마을의 공동 초지에 소를 키우는데 누구나 원하는 만큼 키울 수 있다면 결국 소가 늘어나서 풀은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공동 초지는 한정됐지만 소를 키우는 누군가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는 행위도 비슷하다. 자동차의 배출가스가 내 입으로 들어온다면 그리 쉽게, 혹은 함부로 공회전을 하거나 급가속을 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차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분리수거 봉지에 담아 버려야 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높은 차를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원도 양구는 공유지다. 우리의 선조가 목숨을 바쳐 지켜낸 땅과 산이며 우리의 아버지가 나무를 심으며 가꾼 공유지다. 나무와 숲과 산과 이산화탄소와 자동차를 생각하면서 가레트 하딘이 이야기한 공유지의 비극을 기억한다면 아마도 당신의 운전습관은 물론이고 자동차를 바라보는 눈길도 바뀔 것이다. 그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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