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잡아먹을 듯한 표범의 날까로운 눈빛과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듯한 큼지막한 그릴. 재규어 총괄 디렉터 이안 칼럼의 손끝으로 깎아낸 재규어 만의 강인한 얼굴로 다져진 XE를 시승했다.
재규어 XE는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세계최초로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는 ‘2015 서울모터쇼’를 통해 데뷔한 모델로 명품브랜드 재규어의 엔트리급(?) 차량이다. 국내시장에서는 4,760~6,900만원에 판매된다. 재규어 모델라인업 가운데에서는 가장 저렴하다.
9월부터 국내판매가 시작되는 XE 시승은 지난 25일 태풍 ‘고니’의 영향권에 들은 강원도 일대에서 개최됐다. 강릉 시마크 호텔을 출발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경유하고 대관령 산길 와인딩구간과 고속도로구간, 정동진 해안가 도로를 4시간가량으로 총 178㎞ 거리를 달리는 경로로 구성된 시승코스였다. 차량의 모든 성능과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도로였다. 마침 강원도는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비와 돌풍으로 집채만한 파도와 토사가 흘러내리고 나뭇가지가 쓰러지는 등 XE의 주행시험에 있어서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XE의 시승은 거침이 없었다.
출발에 앞서 이런 악조건에서 XE의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XE의 주행안전성을 경험했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재규어 랜드로버 최초로 자체 제작한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얹은 ‘20d 포트폴리오’와 터보차저 적용으로 낮은 rpm에서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20t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럭셔리브랜드 재규어 모델들 중에 가장 저렴(?)한 차량이라는 점에서 상급모델인 XF와 비교해 완성도가 어느 정도일지 기대됐다. 기대감을 안고 운전석에 올랐다. 먼저 시승한 차량은 20d 포트폴리오. 2.0리터 인제니움 디젤엔진을 깨웠다. 차분하고 조용했다. 핸들로 전해지는 디젤심장의 진동은 전혀 없으나 시트로 아주 미세한 진동은 느껴진다. 너무 조용한 나머지 이런 잔 진동이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정숙성면에서는 동급모델대비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과격하자 1,750~2,500rpm의 낮은 영역에서부터 43.9㎏m 최대토크 수치를 발휘한다. 1.6톤(1,670㎏)의 공차중량을 밀어붙이기에 넘치는 힘이다. 180마력의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절정을 찍는다. 여덞 단계로 나눠놓은 변속기는 차분하고 안정된 주행감으로 연결됐다.
빗길 코너링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략을 해봐도.. 어김없이 언더스티어(코너 밖으로 미끄러지는 현상)로 이끄는 차체를 순식간에 잡아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재빠르게 안정된 자세로 와인딩을 이어갔다. 안전을 위한 구동력 개입은 즉각적이고 가속 또한 빠른 편이다.
노면을 읽어 들이는 서스펜션의 반응속도도 빨랐다.. 최고급세단 XJ급에 적용되는 인테그럴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보다 정밀하게 노면을 스캔하며 안정되고 단단한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엔진 소음뿐만이 아니라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름도 빠짐없이 잡아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진입 전 일명 빨래판(속도를 줄이기 위해 홈을 파놓은 바닥) 노면도 아주 두꺼운 합판지를 뚫고 걸러낸 듯한 두툼한 음으로 변환시켜 올라왔다. 소음 억제를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비로 흥건한 폭우로 노면저항이 있는 고속도로를 규정속도로 달렸다. 계기판 트립에 찍히는 평균연비가 리터당 20㎞를 훌쩍 넘기는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14.5㎞/L (도심 12.6㎞/L, 고속도로 17.6㎞/L)다. CO2 배출량은 136g/㎞에 불과하다. 유로6에 만족하는 친환경차다.
가솔린 터보모델인 ‘20t 프레스티지’로 옮겨탔다. 이 모델은 엔진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가 138㎏에 불과하다. 5,500rpm에서 200마력의 최고출력과 1,750~4,000rpm의 폭넓은 영역에서 꾸준히 밀어붙여주는 28.6㎏m의 최대토크를 8단 자동변속기로 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하는데 7.7초면 충분하다.
디젤엔진과 달리 가솔린엔진이라는 점에서 공회전시 차분하고 정숙한 점. 가속페달의 빠른 반응은 장점으로 들 수 있지만 연료 효율성과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가속감은 디젤엔진의 장점으로도 꼽을 수 있다.
재규어코리아 관계자는 “재규어 XE는 최신 알루미늄 기술이다. 알루미늄 인텐시브 모노코크(aluminium-intensive monocoque) 차체를 채택해 경량화와 강성을 모두 확보했다. 75% 이상이 알루미늄으로 구성되면서 역대 재규어 세단 중 가장 가볍고, 가장 강성이 높으며, 비틀림 강성, 안정성까지 갖췄다. 공기저항계수는 역대 재규어 모델 중 최저인 Cd 0.26으로 가장 에어로 다이내믹하게 설계됐다”고 말했다.
상급모델인 XF와 닮은 꼴이다. 전면 얼굴만 봐서는 XF와 XE를 동시에 나란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형제다. 전체적으로 단단한 근육질의 모습이다. 볼륨있는 허리선은 쿠페 스타일의 날렵한 옆모습과 역동감을 보인다.
재규어 XE는 2014 파리모터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Most Beautiful Car of 2014)’에 선정되며 디자인 완성도를 인정받기도 했다.
인테리어는 재규어 만의 고급감에 단아한 라인과 감촉으로 안락함과 편안함을 연출한다. XF와 비슷하지만 XF보다는 최고급 소재가 적당히 적용됐다. 기본 장착되는 파노라마 선루프로 쾌적한 개방감을 보여준다.
안전·편의장치로는 새로운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빠른 반응속도와 조작이 간편한 8인치 고해상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메리디안의 사운드 오디오시스템, 내비게이션, 공조조절, 전화연결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전/후방 주차 보조장치, 보행자 접촉 감지 시스템 등의 기능이 간편하다.
한편 BMW 3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폭스바겐 CC, 렉서스 IS 등 올하반기 D세그먼트 시장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도전장을 내민 재규어 XE의 관심에 기대 걸어볼 만하다.
강릉(강원도)=임재범 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