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중순, 강원 원주 반곡관설동. 도심 주요 간선도로를 따라가다 마주한 르노코리아의 복합전시장. 전면을 감싼 메탈 매시 간판과 대형 ‘로장주’ 로고가 시선을 압도한다.
프랑스 르노 본사의 새로운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이 전시장은 단순한 ‘쇼룸’이 아닌,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전략을 구현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는 자동차 전시와 정비 서비스가 결합된 ‘2S(Sales + Service)’ 전략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신차 상담 존과 고객 라운지, 서비스 접수 공간이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실내는 르노의 신규 콘셉트인 ‘rnlt’ 디자인이 적용돼 젊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모듈형 상담 부스, 백라이트 디지털 그래픽, 굿즈 존까지 – 모든 것이 고객 경험을 고려한 구성이다.
정비소와 전시장이 한 공간에…원스톱 고객 케어 실현
전시장 옆 별도 건물에는 4개의 워크베이를 갖춘 정비소가 마련돼 있다. 단순 경정비부터 시작해, 보증 수리와 사고 차량 정비는 현재 인근에 건설 중인 팩토리형 전문 정비공장에서 맡게 된다. 이 정비공장은 7월 중 개소 예정이다.

운영 주체는 2023년 설립된 법인 딜러사 티에이오토다. 아우디 공식 딜러사인 태안모터스의 자회사로, 불과 2년 만에 12개 전시장과 5개 스몰숍을 거느린 대형 딜러로 성장했다. 티에이오토 박창우 대표는 “기존 수입차 딜러 경험을 그대로 르노에 접목하고 있다”며, “서비스 존은 6월 오픈, 정비 팩토리는 7월 완공으로, 원주점은 완전한 원스톱 체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 법인화 전략’의 전진기지, 원주
르노코리아는 현재 전국에 23개의 복합형 2S 매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까지 4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법인 딜러 비중이 전체의 61%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국산 완성차 브랜드들이 여전히 개인 대리점 위주 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기장 르노코리아 거점전략팀 팀장은 “법인 딜러들은 최소 3개 이상 거점을 운영하며, 고객 만족과 지역 책임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 중”이라며 “르노의 네트워크 전략은 판매뿐 아니라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모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 프라이스(One Price)’ 제도를 모든 거점에 일괄 적용함으로써, 유통망 내 출혈 경쟁을 최소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중위권 브랜드’에서 미래형 브랜드로
기자가 방문한 원주전시장에는 SUV ‘그랑 콜레오스’가 메인에 전시돼 있었다. 이는 지난해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전략 차종이다. 단순히 신차만 바뀐 것이 아니다. 전시장 인테리어, 고객 응대 시스템, 충전 인프라까지 – 르노는 지금 ‘탈바꿈’의 한가운데에 있다.
태안모터스가 르노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대표는 “르노는 단순한 판매 대리점이 아닌, 딜러사에 정비와 서비스까지 통합한 프리미엄 운영을 요구한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티에이오토는 원주를 시작으로 춘천(6월 예정), 강릉까지 강원권 핵심 거점을 세 곳 확보해 지역 단위 네트워크를 확대 중이다. 올해 원주 지역 판매 목표는 740대. 오는 2027년까지 1000대 이상 판매와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르노코리아의 미래,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르노코리아는 전국 168개 판매 대리점과 368개의 서비스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원주점처럼 법인 중심의 복합 거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재정비와 체질 개선에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팩토리형 복합 거점에는 최대 100억 원까지 투입될 수 있다는 게 르노 측 설명이다.

지금 원주에 세워진 전시장은 단순한 판매 지점을 넘어, 르노코리아의 미래 전략이 집약된 상징물이다. 그리고 그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결국 시장과 소비자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르노코리아는 지금,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기존의 ‘자동차 유통’ 공식을 다시 쓰고 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