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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에 클린(Clean)이 웬 말?

기자 발행일 2015-04-17 23:31:49



[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클린(Clean) 디젤(Diesel)은 잘못된 용어다”. 엄명도 박사의 확고한 한마디다.

16일 오후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소속기자들과 환경부(NEIR)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인천소재) 교통환경연구소 연구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국내 연비인증기준과 배출가스 분석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엄명도 실장(연구관)과 박용희 공업연구관이 참석했다.

인증실 정책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엄명도 실장은 “디젤차에 대한 환경 규제가 없을 때 그리고 유로2, 3의 낮은 단계를 적용하던 때 보다 최근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연 배출량이 줄어든 것에 불과하다. 유종이 갖고 있는 특성이 가솔린 또는 LPG 연료보다 유해물질을 더 배출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클린 디젤이라는 말 때문에 디젤차도 깨끗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차 인증실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용희 공업연구관은 “유로6 배출가스 규제가 디젤차의 유해 물질 배출량을 가솔린차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지만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많다”고 주장한데 이어 “디젤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표적인 유해 물질은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다. 환경 규제치가 강화되면서 눈에 띄게 매연이 많이 줄어 들었지만 가장 심각한 유해물질이고 인체에 치명적인 질소산화물과 특히 미세먼지 가운데 100nm 이하의 극(초)미세입자는 전혀 줄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젤차가 급증하면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초미세먼지가 증가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인식이 과거 대도시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정리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로6 환경기준이라도 인체에 해로운 초미세먼지는 존재한다.

유종 사업자간 이해 관계에 따라서 환경과 인체에 대한 유해성을 다르게 보는 해석들이 난무하고 있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차는 과거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이 됐다. 가솔린과 달리 눈에 보이는 시커먼 매연을 도로에서 마구 뿜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은 환경기준 강화와 함께 최근 찾아 보기 어렵다. 시커먼 매연을 내 뿜는 디젤차가 눈에 띄게 줄어 들면서 사람들의 경계심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유차 환경규제인 유로6는 전 단계인 유로5에 비해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각각 50%, 80% 이상을 줄이도록 했다.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배출 규제가 시행되면 디젤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LPG나 가솔린 차량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디젤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디젤차가 저탄소 친환경 차량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근거로 '클린 디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디젤차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은 수치상으로 알아 내기 힘든 치명적 유해물질인 초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 연구관은 “유로6 규제가 입자가 큰 미세먼지는 효과적으로 걸러내지만 직경기준 2.5µm(마이크로미터) 이하 크기의 초 미세입자들은 전혀 걸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경연구소 실험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연 검사 결과를 보면 특히 노후 경유차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였다. 엄명도 실장은 유로6 기준에 대응한 신형 골프의 테스트지를 공개하며 “눈에 보이는 미세먼지는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표면상 완벽하다”고 말했다.

반면 실험실 안 다이나모에서 매연 검사를 받고 있는 디젤 SUV의 실험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10년 이상, 12만㎞ 이상을 주행한 이 차의 배출 가스 여과지가 마치 검정 잉크를 뿌려 놓은 듯 여백 없이 미세먼지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오랜 된 노후 경유차들은 사실상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들을 마구 뿜어내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엄 실장은 “문제는 여기에 걸러진 미세먼지가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 거를 수 없는 초미세먼지”라며 “유로6가 인체에 더 빠르고 깊숙하게 침투해 더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지 못하는 만큼 정부의 경유차 정책은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섬뜩한 초미세먼지의 공포는 황사예보가 없는 맑은 도심하늘에도 존재한다. 이는 자동차 등에서 배출된 0.1µm~3.0µm 크기의 미세분진들이 빛을 흡수하고 산란시키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인의적인 시정장애 현상으로 분류된다. 대도시 대기 환경이 과거와 비교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부 오염 물질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는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립환경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보고서 ‘경유자동차 입자상 물질의 이론과 저감원리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면 “경유엔진에서 배출되는 입자는 크기가 대부분 1µm 이하이므로 이러한 입자들이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발암성, 돌연변이성을 가진 물질과 쉽게 흡착된다”고 분석했다.



초미세먼지가 치명적인 유해물질들을 인체에 실어나르는 역할을 하는 셈이고 그래서 섬뜩하고 무섭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비강이나 인두(입과 코)를 통해 폐의 일부인 폐포까지 들어와 쌓이면서 천식 등을 포함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어린이나 노약자 또는 호흡기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조기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그런데도 경유차 판매 비중이 높은 수입차 업체들과 정유사업자 등을 포함한 옹호론자들은 눈에 보이는 매연이 사라졌다는 것만을 근거로 ‘클린디젤’을 홍보하고 있다. 정부도 자동차 산업에 대한 중요도와 발전에 대한 조급함을 내 세워 경유차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려와 비난을 유로6로 포장해 방어하고 있다는 것이 박 연구관을 비롯한 환경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경유차 운행을 가능한 줄이거나 아예 중단(프랑스 파리)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운행 빈도가 엄청난 디젤택시를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정 반대의 길을 걷겠다고 나섰다. 어떤 주장이 맞든 간에 다시 재론을 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디젤택시를 운전하게 될 운전자들의 건강과 함께 국제적 권위의 기관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 역시 지난 2012년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발암성에 대해 지금까지의 발암 가능성 그룹에서 발암 확실 그룹으로 상향 조절했다는 점도 참고를 해야 한다.







자동차가 극히 드물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커먼 매연 냄새가 좋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누구도 위해성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공기질이 달라지면서 문제는 차츰 제기되기 시작했다. 대기오염, 대도시 스모그, 호흡기 질환자의 급증, 급기야 자동차의 매연에 대한 경각심이 시작됐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고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경유차의 유해물질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10년간 1,200억원이나 되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노후 차량을 LPG 연료차로 개조하고 시내버스를 CNG로 교체하고 대폐차 비용을 지원해 오고 있다. 박 연구관은 “그나마 이런 정도의 하늘을 보게 된 것도 환경부의 적극적인 환경 개선 노력으로 경유차의 매연 배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어느 유해물질보다 인체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는 수입차를 중심으로 경유차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유로6 적용 차량들이 실제 도로를 운행하면서 어느 만큼 초기 기능을 유지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 규제가 실시된 이후 디젤차에 장착되기 시작한 DPF, EGR, SCR 등의 후 처리장치들이 지금은 초기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거나 100%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유로6가 디젤차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주는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장 심각한 초미세먼지를 걸러 낼 수 없다는 한계는 여전히 풀어야 될 과제로 지적된다.

몇 년 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우려도 크다는 박 연구관은 “환경부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노후 경유차를 관리해 왔고 선진국들이 이런 차들의 운행 규제 심지어 운행 중단 등의 강경한 디젤차 관리 정책을 펴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와 관리는 후세들에 물려줄 미래 환경을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논의 대상이 되어야 될 시점이 아닐까.

인천=임재범 기자 happyyjb@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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