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승기]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완벽한 수퍼카 FF

임재범 기자 발행일 2013-02-25 02:55:36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페라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와~~!’라는 감탄사와 함께 동경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상상도 못할 시속 300㎞이상의 속도와 서울시내 웬만한 30평대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차. 수퍼카이기 때문이다.

많은 페라리 라인업 중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당당함을 넘어 획기적인 스타일로 4인승 4륜구동이라는 파격적인 장치와 더불어 탄생한 페라리 FF가 이번 시승의 주인공이다. 2011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소개된 FF는 같은 해 10월 한반도를 울릴 것 같은 북소리와 함께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수퍼카시장에 포문을 열었다.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FF는 ‘Ferrari Four’라는 어원만큼이나 사(?)가지가 많은 차다.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페라리 역사상 최초의 4륜구동(4RM)에 네 명이 편안하게 수퍼카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그런차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한 사람으로써 수퍼카 페라리는 꿈속에서나 동경한 그런차 였기에 이번 시승의 기대는 전날 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소풍가기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센 어린아이처럼 부푼 기대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다.

‘아~아~아~~앙~~’ 페라리의 배기음은 정직하다. 가슴을 벅차게 만들어버리는 진동은 ‘페라리’라는 마술에 걸려들어 버린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심장을 깨우는 순간 주차된 모든 차량의 경보기를 깨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까칠한 차다.

엔진이 뒤에 달린 미드쉽 방식의 수퍼카들과 달리 이차의 심장은 차의 절반을 차지하는 쭈욱 뻗은 보닛 속을 가득 채우고 후면은 풍만한 여성의 가슴처럼 포근함 속에 포인트가 강조된 롱노즈 숏테크 형식이다. 독특하게 아름다운 실루엣라인이다.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키를 돌리고 핸들에 마련된 시동버튼을 눌렀다. 배기량 6,262cc의 위엄이 배기음에서부터 까칠한 본색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을 멈춰서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질주 환경은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양손 끝으로 잡아당기는 패들 시프트 외에 모든 조작은 버튼식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마련된 버튼식 후진기어를 비롯해 방향지시등, 와이퍼 조작, 하이빔 등의 버튼이 핸들 속에 배치되어 있다.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라리 전시장을 출발해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장까지 총 왕복 414㎞를 달렸다. 간간히 정체되는 고속도로에서도 심심함이 없었다. 앞 뒤 옆을 지나는 차들의 시선은 모두 FF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터널을 울리는 날카로운 배기음이 페라리의 맛을 더욱 자극하게 만들어버린다. 패들시프트 +,-를 동시에 잡아당기면 중립(N) 상태가 되는데 터널 속에서 가속페달의 자극은 삶에 찌들은 이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듯하다.

시끄러운 소리만큼 FF는 엄청난 수치로 위력을 과시한다.

자연흡기방식 6.3리터 V12 직분사 심장을 품은 FF는 6,000rpm에서 70㎏·m의 상상을 초월한 최대토크와 8,000rpm에서 660마리의 강력한 힘을 오른발로 제어가 가능하다. 리터당 105마력, 마력당 2.7㎏에 불과한 중량비다. 여기에 포뮬러원(F1)에 적용된 것도 동일한~ 세상에서 가장 빠른 7단 F1 듀얼 클러치(DSG)의 완벽한 조합으로 제로백 가속성능은 3.7초, 최고속도는 335㎞/h를 기록하고 있다.

페라리 FF는 이 같은 엄청난 수치를 네 명이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엄청난 차다. 도로 사정상 이번 시승에서 300㎞/h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다. 하지만, 시속 300㎞에 못 미치는 질주에서 이차의 본질은 어느 정도 경험 했다는 생각이다.

수퍼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국내 판매되는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4억 6천만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여느 수퍼카처럼 승차감이 딱딱한 편도 아니다. 일상생활에 어울린 스포츠카 수준. 한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이어지는 변속을 가하며 시속 250㎞이상을 질주해도 가속페달의 여유와 질주의 안정감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편안함을 완벽한 조화로 일궈낸 괴물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두 배 이상 통과해버린다. 그럼에도 네바퀴 굴림의 안전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칼날 같은 코너링을 비롯해 고속주행 중 급차선 변경에 이처럼 안정감이 넘치는 차는 처음이다. ‘칼날 같은 종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완벽한 구성이다.

창업자 엔초 페라리가 사망한 이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신조인 ‘이상 추구’를 느낄 수 있는 부문이 아닌가 싶었다.

스키점프대 안착지에 마련된 눈길 드라이빙에서 이차의 존재감은 더욱 확실해졌다. 네바퀴 굴림 수퍼카FF에 적용된 마네티노 스위치는 이차의 성능을 더욱 페라리만의 본질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5가지 주행모드(눈길, 젖은 노면, 컴포트, 스포트, ESC OFF)를 통해 스로틀 반응, 공격성, 스티어링 반응, 댐퍼 등을 제어해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최적의 주행환경을 만들어준다.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눈길에서는 스포트과 눈길 두 가지 주행모드로 바꿔가며 질주능력을 체험하고 스킬(눈길 주행방법)을 익히는데 의미가 있었다.

드리프트 전문 싱크로G팀 권용기 선수는 “전세계 모든 수퍼카 중 눈길주행에 있어 안정된 자세로 제일 빠른 차가 FF일 것”이라며 “자동차가 달리는 모든 조건에서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라리 FF는 핸들을 잡은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잘 조련된 명마(名馬)에서부터 관우가 탔다는 가장 빠른 적토마(赤兎馬)까지 도로라고 명명된 모든 길에서 최고의 질주 본능을 불러 일어키기에 최적의 야생마(野生馬)가 아닌가 싶다.

최근 페라리는 세계적인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인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world’s most powerful brand)’ 부문에서 500개의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페라리 FF 시승. 임재범기자


예전 극히 다른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시승했을 때 그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했던 기억에 이번 페라리 FF의 여운은 얼마나 지속될지 내심 걱정이 앞선다.

happyyjb@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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