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카리포트)=임재범 기자] 달리면 달릴수록 서킷(자동차경주장)이 생각나는 차 ‘시로코 R(Scirocco R)’이 이번 시승의 여운을 깊숙히 남겼다.
‘고성능 스포츠 쿠페’, ‘레이싱 DNA’, ‘레이싱의 맛’, ‘아담한 수퍼카’, ‘공도의 레이싱카’ 등등… 시로코R을 빗댄 말이다.
날카로운 눈매에 가로로 납작하게 뻗은 그릴을 비롯해 하단의 대형 공기 흡입구까지 범상치 않은 자태를 풍기는 시로코R이다. 현대차 i30보다 50㎜라 짧은 반면 폭은 40㎜가 더 넓고, 75㎜가 낮아 공도를 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포티함을 물씬 풍긴다.



기존 R-라인과 실·내외 디자인은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아담한 차체에 휠은 큼지막한 19인치, 두 개의 배기구가 ‘R-라인’이 아닌 ‘R’임을 대변한다.
운전석에 앉는 것도 싶지 않을 일이다. 타고 내리기 편안함보다 달리기만을 강조한 레이싱 버킷시트다. 엉덩이가 시트에 파고들면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거의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과격한 코너링에도 흐트러짐이 전혀 없다.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은 실내디자인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데시보드 디자인은 R-라인을 비롯해 골프, 제타, 폴로까지 일관성을 지키고 있다.
다만 고성능 모델을 대변하듯 속도계는 300㎞/h까지~



키를 돌리자 우렁찬 배기음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웬만한 대배기량차도 명함을 못 내밀 배기음이다. 시승내내 rpm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꾸준하게 밀어붙인다. 가슴을 울리는 배기음은 차와 나를 하나로 묶어버린다. 마치 나를 유혹하는 멜로디로 들릴 뿐이다.
이차의 배기량은 2.0리터. TSI 터보차저 가솔린심장과 6단 듀얼클러치 DSG변속기가 호흡을 같이하고 있다. 6,000rpm에서 265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뽑아내고, 2,500~5,000rpm의 넓은 영역에서 35.7㎏·m의 최대토크로 고속주행 중에도 추월가속성능은 일품이다. 제로백 가속성은 5.8초. 그야말로 강력한 성능이다. 다운사이징 엔진기술이 바로 이런걸 말하는 거다.


1.5톤(1,430㎏)에 못 미치는 공차중량에 265마력의 힘은 1마력당 5.39㎏만 끌면 된다는 계산이다.
속도계바늘이 시속 220㎞를 통과하고 있지만 거침이 없었다. 특히 터널에서는 청각, 촉각, 시각을 자극. 엔도르핀이 마구 솟구친다.
작은 차체에도 고속주행의 안정감에 가속페달을 더욱 공략하게 만들어버리는 작은 머신이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선다. 하지만, 빨대로 쪽쪽 빨아들이는 듯한 연료게이지의 움직임은(시계)분침수준이다.
2열 시트는 엉덩이를 내려놓을 자리가 뚜렷하게 나눠져 있지만 성인이 앉기에는 다리공간이 좁고, 승·하차 시 약간의 고통이 따른다.




일반 시로코보다 10㎜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됐으며, 과격한 코너링에도 차체 밸런스 유지지를 위해 전자식 디퍼런셜 록 XDS(전자식 가로축 잠금 시스템)를 비롯해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ESC), 정적 코너링 라이트, 전조등 세척 장치, 타이어 공기압 경고장치, 파크 파일럿 등 안전장치들이 기본 적용됐다.
이밖에 3D 내비게이션(지니), 30기가 하드디스크, SD카드·CD·DVD·MP 플레이어, 블루투스 핸즈프리 등 탑승자를 위한 편의사양을 갖추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USB단자와 전동시트다. 경주용 차량의 경우 차체무게를 줄이기 위해 각종 옵션을 모두 제거해야겠지만, 공도를 달리기 위한 차량으로 개발된 만큼 전동시트는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2.0리터 엔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강력한 성능과 퍼포먼스를 갖춘 만큼 오감을 자극하는 짜릿한 맛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트랙 위를 질주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차가 시로코R이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젋고 역동적인 스타일의 시로코는 폭스바겐 스포츠쿠페의 역사를 새로 작성한 모델이다. 특히 R은 엔진, 섀시, 기술 및 퍼포먼스를 위해 최적의 패키지로 설계됐다”면서 “강력한 주행성능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스포츠카”라고 소개했다.
시로코R의 국내판매가격(VAT 포함)은 4,8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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