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를 놓았는데도 시동이 안 꺼진다? 수동바이크의 미래
'수동인데 이렇게 편하다고?' 혼다 E-클러치 4종을 하루 만에 네 개모델 타봤습니다
'DCT도 아니다, 퀵시프터도 아니다' 혼다 E-클러치가 놀라웠던 진짜 이유
지난 6월 24일, 혼다 모빌리티 카페 더고에서 열린 혼다 E-클러치 4종 미디어 시승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저는 혼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전자제어 클러치 시스템 ‘E-클러치’가 적용된 네 가지 수동 변속 모터사이클을 직접 경험하며, 각각의 차별화된 특성과 기술적 매력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이날 시승은 입문자부터 베테랑 라이더까지 ‘수동 모터사이클의 재미’는 살리고 ‘클러치 조작 부담’은 확실히 줄인 혼다 E-클러치의 실제 가치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프로드 코스에서 올라운드 어드벤처 바이크 두 모델을 시작으로, 온로드에서 스포츠 성향이 뚜렷한 두 모델을 잇달아 경험하며 라이딩의 각기 다른 쾌감을 맛봤습니다. 첫 주자는 ‘XL750 트랜잘프 E-클러치’였습니다. 실물을 마주한 순간 강렬한 존재감과 듬직함에 압도당했는데요, 높은 시야각과 묵직한 주행감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출발하자마자 느껴지는 755cc 병렬 2기통 엔진의 풍부한 저속 토크는 맵이나 비포장 임도 구간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신기했던 건 E-클러치의 고마움이었습니다. 오프로드에서 반복되는 반클러치 조작을 손목의 피로 없이 자연스레 전자제어가 맡아주니 손과 시선이 노면 위에 집중될 뿐만 아니라, 주행이 더 여유로워지고 라인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손을 쥐어짜는 듯한 번거로움 없이, 초보자라도 금세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는 험한 임도에서도 충격을 잘 흡수하며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 주었고, 각기 다른 노면에서 균형 잡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이어 ‘NX500 E-클러치’를 탔을 때는 훨씬 가볍고 친근한 느낌이 매력적이었는데요, 어드벤처 장르에 입문하는 라이더에게 딱 맞는 다루기 쉬운 성격이었습니다. 출퇴근용 도심 주행부터 가벼운 주말 임도 투어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진짜 ‘올라운드 데일리 바이크’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차체가 가볍다 보니 도심 중·저속 구간에서 몸놀림이 민첩했고, E-클러치가 만들어내는 클러치 조작 편의 덕분에 번잡한 교통에서도 스트레스가 적었습니다. 특히 자주 멈추고 출발하는 상황에서 클러치 놓침으로 인한 시동 꺼짐 걱정을 완전히 덜 수 있어 마음이 놓였어요. 비포장 구간에 진입했을 땐 저속 주행을 위한 미세한 클러치 조작까지 전자제어가 섬세하게 지원해 라이딩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친절한 E-클러치’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온로드로 이동해 가장 먼저 만난 ‘CB750 호넷 E-클러치’는 말 그대로 ‘달리기 위해 태어난 스포츠 네이키드’였습니다. 낮고 넓은 핸들포지션과 전방으로 무게가 쏠리는 라이딩 포지션은 스포츠 바이크가 가진 공격적 성격을 한껏 살렸고, 755cc 엔진은 91마력의 힘을 바탕으로 코너 하나하나를 짜릿하게 즐기게 했습니다.와인딩 구간에서의 민첩한 반응성, 스로틀을 열 때마다 경쾌하게 치솟는 엔진회전은 바이크와 완전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그런데도 E-클러치는 그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자연스러운 변속을 지원해주었고, 덕분에 변속 타이밍과 코너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전자 제어가 오히려 라이딩 경험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단번에 사라졌습니다. 라이딩 내내 ‘속도를 즐긴다’기보다 ‘코너의 하나하나를 즐긴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이 바이크가 주는 순수한 짜릿함과 재미는 최고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난 ‘CBR500R E-클러치’는 스포츠 바이크의 날렵한 외모와 함께 ‘일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한 모델이었습니다. 풀카울이 조화롭게 감싼 전면부는 단번에 달리기 위한 DNA를 느끼게 했지만 의외로 편안한 라이딩 포지션과 부드러운 출력 특성이 인상적이었어요.471cc 병렬 2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50마력, 최대토크 4.6kg·m로 상대적으로 제원상 출력은 낮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오히려 편안함과 조작성으로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일상주행과 스포츠 주행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 라이더에게 부담 없이 즐길 거리를 선물했고, 고속도로에 진입해 풀카울의 풍절음 억제 효과를 경험하면서 ‘실용적인 스포츠’ 바이크라는 점을 깊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E-클러치 역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어울려, 시스템의 개입을 거의 인지하지 않고도 편하게 변속할 수 있었습니다. 네 모델 모두 E-클러치를 품었지만 각각의 개성이 확실히 살아있어 하루 종일 번갈아가며 타는 내내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초보자도 자신감 있게 수동 바이크에 입문할 수 있으며, 베테랑도 장거리 투어나 험로 시승에서 부담을 줄여 여유로운 라이딩이 가능하다는 점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더욱이 E-클러치는 ‘수동 변속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클러치 조작의 번거로움’을 획기적으로 줄여 자동변속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수동 바이크의 매력을 확장했습니다. 라이딩하는 동안 ‘전자장치 개입’이라는 느낌보다 ‘바이크가 유난히 다루기 쉬워졌다’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체감하는 것이 최고였습니다. 가격도 각각의 성격을 잘 반영했는데요,XL750 트랜잘프 E-클러치는 1,419만 원,CB750 호넷 E-클러치는 1,179만 원,CBR500R과 NX500은 각각 980만 원으로 책정돼 경제성도 고려된 모습이었습니다.이날 시승을 마치고 헬멧을 벗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의외로 심플했습니다. ‘수동 바이크가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면, 더 많은 라이더가 수동 주행의 재미를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수동 바이크 입문 장벽을 낮춘 혁신 기술, 혼다 E-클러치는 분명 그렇게 모터사이클 라이딩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