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 우승 DNA 품은 디펜더 OCTA 블랙 리얼시승기
디펜더의 진짜 진화 OCTA 블랙,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SUV의 기준이 무너졌다. 디펜더 OCTA 블랙
충북 진천으로 향하는 길, 이른 아침의 공기는 아직 차분했지만 현장은 전혀 다른 온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JLR 코리아가 마련한 ‘DESTINATION DEFENDER’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가진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였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끌어당긴 건 다카르 랠리에 실제 참가했던 차량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제작된 디펜더였다. 모래와 먼지를 뒤집어쓴 듯한 그래픽, 기능 중심으로 다듬어진 디테일, 그리고 ‘경주를 위해 태어난 차’라는 분위기까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단순한 전시용 모델이었지만, 그 존재 하나만으로 디펜더가 어떤 세계에서 검증된 차인지 강하게 전달된다. 실제로 디펜더는 극한의 환경에서 펼쳐지는 '2026 다카르 랠리'에서 1위와 2위, 그리고 4위를 차지하며 그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그 기록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라, 이 차가 어떤 지형에서도 끝까지 살아남고, 더 나아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그 분위기를 이어받듯 행사장 중심에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디펜더 OCTA 블랙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르비크 블랙으로 완성된 차체는 빛을 깊게 흡수하듯 묵직했고, 곳곳에 적용된 블랙 디테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감춰진 공격성을 드러내는 요소처럼 느껴졌다. 넓어진 스탠스와 높아진 차체, 그리고 재설계된 범퍼는 단순히 보기 좋은 형태를 넘어 실제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구조적 진화를 담고 있었다. 접근각과 이탈각이 개선됐다는 설명이 더해지자, 이 차의 디자인은 ‘스타일’이 아니라 ‘성능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분위기는 또 한 번 바뀐다. 에보니 컬러의 세미 아닐린 가죽과 단단하게 뻗은 크로스카 빔, 그리고 손끝에 닿는 소재 하나하나가 단순히 고급스럽다기보다 ‘강인한 완성도’를 강조한다. 13.1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야 안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복잡함 없이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불러낸다. 트랙으로 진입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이 차에 대한 첫인상은 완전히 뒤집힌다. 묵직한 SUV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면 완전히 빗나간다. 4.4리터 트윈터보 V8 엔진이 만들어내는 635마력의 힘은 숫자 이상의 체감을 만든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0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은 단순히 빠르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초반에는 무겁게 밀어붙이다가, 어느 순간 등을 강하게 밀어내는 폭발적인 힘으로 바뀐다. 특히 저회전부터 두텁게 이어지는 토크는 속도를 ‘쌓는’ 느낌이 아니라 한 번에 ‘터뜨리는’ 감각에 가깝다.코너에서는 더 놀랍다. 높은 차체와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차는 기울어지기보다 버티고, 스티어링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하게 반응한다. 몸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는 중심을 단단히 잡고 돌아나간다.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는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이 있다. 차체의 롤과 피칭을 거의 억제하면서도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내는 이 시스템은, 디펜더라는 차의 성격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 차의 진짜 본성은 트랙이 아니라 채석장 오프로드에서 드러난다. 자갈과 모래, 불규칙한 바위가 뒤섞인 노면 위에서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길게 눌러 ‘OCTA 모드’를 활성화하는 순간, 차의 성격은 완전히 바뀐다.가속 페달을 밟자 타이어가 자갈을 튀기며 앞으로 나아가고, 차는 일부러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계산된 슬라이드처럼 느껴지며, 차는 끝까지 제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 날 가장 강렬했던 순간 중 하나는 ‘오프로드 택시 타임’이었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고, 동승자로 탑승한 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디펜더 OCTA 블랙의 성격은 완전히 또 다른 차원이었다. 랠리용으로 튜닝된 차량이 아니라 좀전까지 직접 핸들을 잡고 시승한 차량이다.출발과 동시에 가속 페달이 깊게 열리고, 육중한 차체가 믿기지 않을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간다. 자갈길 위에서 차는 미끄러지며 방향을 바꾸고, 코너에서는 거의 WRC 머신처럼 측면을 흘리며 돌아나간다. 무게가 2.6톤에 달하는 SUV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움직임은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건 ‘슬라이드’였다. 일반적인 SUV라면 미끄러지는 순간 불안감이 먼저 올라오지만, 이 차는 오히려 미끄러짐 속에서 안정감을 만든다. 드라이버는 의도적으로 리어를 흘리고, 차는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받아낸다. 노면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도 차체는 중심을 잃지 않고 다음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요철 구간을 통과할 때는 또 다른 충격이 온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바위를 넘고 움푹 파인 구간을 통과하는데, 차는 튀어 오르기보다 눌러 붙듯이 착지한다.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이 단순히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충격 자체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에 가깝다. 몸은 흔들리지만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더 속도를 내고 싶어진다.이 순간만큼은 디펜더가 아니라 랠리카에 올라탄 듯한 착각이 든다. 다카르 랠리에서의 성적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이 몸으로 이해된다. 다시 일반 주행으로 돌아오면, 그 격렬했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노면을 흘러가고, 실내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이 극단적인 대비가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실내에서는 또 다른 경험이 이어진다. 바디 앤 소울 시트는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몸으로 전달한다. 저음이 진동으로 바뀌어 등받이를 통해 전해지면서, 주행 자체가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으로 확장된다. 하루의 주행이 끝났을 때, 머릿속에 남는 건 단순한 성능 수치가 아니다. 행사장 입구에서 마주했던 다카르 랠리 머신의 존재감, 그리고 실제로 그 대회에서 1위와 2위, 4위를 기록하며 입증된 성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 차의 본질이었다. 그리고 그 본질은 OCTA 블랙이라는 형태로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차는 특정 환경을 위한 SUV가 아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차다. 트랙에서는 스포츠카처럼 몰아붙일 수 있고, 오프로드에서는 지형을 지배하며 나아간다. 심지어 전문 드라이버의 손에 들어가면 WRC 머신처럼 날뛰며 질주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운전자에게 강한 자신감을 남긴다. 진천에서의 이 경험은 단순한 시승이 아니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답은, 이 검은 차가 이미 보여주고 있었다.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