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대 완전변경으로 전기차 시장 도전장
CATL 배터리·최대 478km 주행거리·347마력 AWD·VIP 뒷좌석까지, 정숙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볼보 ES90에 맞선다
10월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 내 ‘빛의 시어터’. 강렬한 조명 아래 렉서스코리아의 새로운 도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인공은 렉서스의 대표 세단이자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올 뉴 ES(All-New ES)’입니다. 국내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ES가 이번에는 순수 전기차까지 품고 전동화 시대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차체를 둘러보고 운전석과 뒷좌석에 앉아보니, 이번 모델은 단순히 기존 세단의 동력원만 바꾼 차가 아니었습니다. 외관부터 실내 구성, 뒷좌석 편의사양까지 전반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렉서스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정숙성과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시대에 맞는 프리미엄 세단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읽혔습니다. 1989년 브랜드 출범과 함께 탄생한 ES는 국내에서 2001년 처음 소개됐으며, 2012년 ES 300h를 통해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세단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8세대 모델은 이러한 유산을 이어가면서 순수 전기차 ES 350e와 ES 500e, 하이브리드 ES 350h를 함께 선보이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국내에는 총 9개 그레이드가 마련돼 충전 환경과 주행 습관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차량 앞으로 다가서자 가장 먼저 달라진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존 렉서스의 상징인 스핀들 그릴을 차체 전체로 확장한 ‘스핀들 보디’는 전기차 시대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전면의 트윈 L 시그니처 램프와 후면의 리어 L 시그니처 램프는 차체를 한층 넓고 낮아 보이게 만들며, 보닛부터 후면까지 매끄럽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정통 세단의 우아함에 역동성을 더합니다. 차체 크기는 전장 5,140mm, 전폭 1,920mm, 휠베이스 2,950mm입니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와 너비가 늘어나고 휠베이스도 길어졌습니다. 실제로 차량 주변을 걸으며 살펴보니 사진으로 볼 때보다 차체의 낮고 넓은 비례가 뚜렷했습니다. 렉서스가 내세운 ‘클린 테크 x 엘레강스’라는 디자인 방향도 자연스럽게 이해됐습니다.실내는 외관보다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타임 이즈 럭셔리(Time is Luxury)’라는 콘셉트 아래 장식을 과도하게 드러내기보다 편안함과 직관적인 조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센터 터치스크린이 배치됐으며, 평소에는 실내 표면과 어우러지다가 손을 가까이 대면 아이콘이 나타나는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도 적용됐습니다. 은은한 멀티 컬러 조명과 대나무에서 영감을 얻은 뱀부 레이어링 장식은 실내에 차분한 고급스러움을 더합니다. 뒷좌석은 이번 ES에서 놓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늘어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거주성을 개선했으며, ES 350e VIP에는 뒷좌석 리클라이닝과 오른쪽 오토만, 통풍·마사지 시트, 소프트 헤드레스트, 리어 컨트롤 패널, 3존 에어컨 등이 적용됩니다. 직접 뒷좌석에 앉아보니 운전의 즐거움뿐 아니라 비즈니스 의전과 장거리 이동에서 승객이 누릴 편안함까지 고려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다만 해당 편의사양은 트림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렉서스의 강점으로 꼽혀온 정숙성도 강화했습니다. 차체 전방과 바닥, 후방의 강성을 높이고 흡·차음 구조를 개선했으며, 전기차 모델에는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어쿠스틱 글라스를 적용했습니다. 창문 주변의 글라스 런 구조도 개선해 외부 소음 유입을 줄였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엔진 흡·배기 소음을 억제하는 구조와 액티브 엔진 노이즈 컨트롤이 적용됩니다. 주행 기본기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함께 수용하는 GA-K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듬었습니다. 전륜 맥퍼슨 스트럿과 후륜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으며, 일부 전기차 상위 트림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 AVS가 탑재됩니다. 차체 움직임과 조향, 가감속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렉서스 드라이빙 시그니처’를 통해 편안함과 안정성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다만 정숙성과 승차감,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실제 도로 시승을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전기차 모델에서 눈길을 끄는 요소는 배터리와 주행거리입니다. 올 뉴 ES 350e와 ES 500e에는 중국 CATL이 공급하는 배터리와 400V 전압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ES 350e는 74.69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227마력을 발휘합니다. 1회 충전 복합 주행거리는 478km, 복합 전비는 6.0km/kWh이며, 도심 주행거리는 503km, 고속도로 주행거리는 448km입니다. 급속 충전은 최대 150kW, 완속 충전은 최대 11kW를 지원하며, 상온 25도 기준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 걸립니다. 보다 강력한 성능을 원한다면 ES 500e가 대안입니다. 전·후륜 구동력을 상황에 따라 배분하는 다이렉트4(DIRECT4) 사륜구동 시스템을 통해 합산 최고출력 347마력을 발휘합니다. 프리미엄 트림의 복합 주행거리는 435km, 복합 전비는 5.3km/kWh입니다. 주행거리와 효율을 중시한다면 ES 350e, 강력한 출력과 사륜구동을 원한다면 ES 500e로 선택지가 나뉩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ES 350h도 함께 출시됩니다. 6세대 2.5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시스템 총출력 247마력을 발휘하며, 전륜구동 모델의 복합 연비는 19.4km/L입니다. ES 하이브리드 최초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E-Four를 적용한 AWD 모델은 복합 연비 18.3km/L를 확보했습니다. 충전 환경이 충분하지 않거나 장거리 운행이 많은 소비자라면 하이브리드 역시 여전히 현실적인 선택입니다.그렇다면 경쟁 모델인 볼보 ES90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두 모델은 프리미엄 전기 세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렉서스가 정숙성과 편안함, 효율성에 무게를 뒀다면 볼보는 긴 휠베이스와 대용량 배터리, 고출력 파워트레인,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웁니다. 볼보 ES90의 전장은 5,000mm, 전폭은 1,942mm, 휠베이스는 3,102mm입니다. 렉서스보다 전장은 짧지만 휠베이스는 152mm 길어 넉넉한 실내 공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모델에 따라 92kWh 또는 106kWh가 적용되며, 800V 전기 시스템과 최대 350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합니다. 특히 국내 인증을 마친 ES90 트윈 모터는 상온 기준 복합 주행거리 520km를 확보했습니다. 도심 주행거리는 548km, 고속도로 주행거리는 486km이며, 저온 복합 주행거리도 469km입니다. 최대 3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소요됩니다.주행거리만 놓고 보면 국내 인증 기준으로 볼보 ES90 트윈 모터가 520km, 렉서스 ES 350e가 478km를 확보해 볼보가 42km 앞섭니다. 다만 렉서스 ES 350e는 복합 전비 6.0km/kWh를 제시하고 있어, 실제 구매를 고려한다면 주행거리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충전 성능, 가격, 승차감까지 종합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력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렉서스 ES 350e는 227마력, ES 500e는 347마력인 반면, 볼보 ES90은 싱글 모터 333마력과 트윈 모터 456마력 사양으로 구성됩니다. 충전 속도와 고출력, 대용량 배터리를 우선한다면 볼보가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함께 제공하고, 정숙성과 편안한 주행 감각, 효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실내 구성과 첨단 기능에서도 각 브랜드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렉서스는 1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히든 스위치, VIP 뒷좌석 편의사양으로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강조합니다. 국내 환경에 맞춘 렉서스 커넥트와 네이버 클로바 기반 음성인식 기능도 적용했습니다. 안전 분야에서는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와 픽셀 마이크로 LED 기반 HD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볼보 역시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과 통합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앞세우고 있어, 실제 기능의 완성도는 국내 적용 사양과 주행 환경에서의 작동 방식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격은 렉서스가 내세우는 경쟁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ES 350e는 프리미엄 7,160만 원, 럭셔리 8,020만 원, VIP 8,390만 원이며, ES 500e는 프리미엄 7,700만 원, 럭셔리 8,490만 원입니다. 하이브리드 ES 350h는 프리미엄 7,290만 원, 럭셔리 7,780만 원이며, AWD 모델은 프리미엄 7,590만 원, 럭셔리 8,080만 원입니다.ES 350e 프리미엄은 ES 350h 프리미엄보다 130만 원 저렴하게 책정됐습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볼보 ES90은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 7,294만 원부터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9,541만 원까지 구성됩니다. 시작 가격만 놓고 보면 ES 350e가 볼보 ES90보다 낮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실제 구매 비용은 트림과 선택 사양, 구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차 구매 이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는 10년 또는 20만km까지 보증하며, 전기차 전용 무상 정기점검과 배터리 상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렉서스 케어 BEV 플러스 프로그램은 정기점검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구동·충전 및 주요 전기 시스템 관련 부품에 대해 최대 10년 또는 20만km까지 보증 혜택을 제공합니다. ES 350e 프리미엄에는 3년 후 기본 잔존가치 50%, 유예금액을 포함하면 최대 60%까지 보장하는 할부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커넥티드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렉서스 리모트 서비스를 통해 원격 시동과 공조 제어, 차량 상태 확인, 위치 확인 등을 지원하며, 24시간 긴급 호출과 도난 차량 위치 추적 기능도 제공합니다. 일부 상위 트림에는 17개 스피커를 갖춘 마크 레빈슨 오디오와 소프트 클로저 도어 등 고급 편의사양도 적용됩니다. 10월 13일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올 뉴 ES는 렉서스의 첫 세단형 전기차라는 의미를 넘어, 기존 프리미엄 세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모델이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넓어진 실내, CATL 배터리를 바탕으로 확보한 주행거리, 강화된 정숙성, 7,16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까지 경쟁력을 갖추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함께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혔습니다.물론 현장에서 차량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주행 성능까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가속 반응과 회생제동의 자연스러움, 고속 주행에서의 풍절음,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 실제 전비는 도로 위에서 검증해야 합니다. 렉서스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실제 주행에서 ES 특유의 편안함이 전기차에서도 이어지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쌓아온 명성을 순수 전기차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대용량 배터리와 높은 출력, 빠른 충전 성능을 앞세운 볼보 ES90에 맞서 렉서스가 내세운 무기는 정숙성, 편안함, 효율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입니다. 결국 두 모델의 경쟁은 단순히 출력이나 주행거리 숫자를 넘어, 소비자가 프리미엄 전기 세단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볼보 ES90이 성능과 전동화 기술로 승부한다면, 렉서스 올 뉴 ES는 익숙한 고급스러움과 편안함을 전기차 시대에도 이어가는 전략으로 맞섭니다.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습니다.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