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과 감성, 그 사이의 정답
볼보 XC40 블랙 에디션을 마주한 건 이른 아침 지하주차장. 검은빛으로 온몸을 감싼 컴팩트 SUV가 어둑한 형광등 아래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 100대 한정으로 출시된 이 차는 온라인 판매 시작 15분 만에 모두 완판된 녀석이다. 그 이유를,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직접 체감해봤다. 한정판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디자인 완성도’다. XC40 블랙 에디션의 외관은 단순히 “검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오닉스 블랙 컬러의 차체에 전면 볼보 로고와 후면 레터링까지 모두 블랙으로 마감됐다. 크롬 장식은 배제되고, 전체적인 디테일은 절제된 고급스러움으로 수렴된다.20인치 블랙 하이그로시 휠은 차체와 찰떡같은 조화를 이루며, 차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 차,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시선을 끄는 빈도가 꽤 높았다. 유니크하지만 과하지 않은, 이게 바로 XC40 블랙 에디션의 디자인 언어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실내는 역시 ‘블랙’이 주인공이다. 기존 XC40에서 볼 수 있던 오레포스 크리스털 기어노브 대신 블랙 가죽 소재가 적용돼 디자인 통일감을 살렸고, 블랙 알칸타라 시트와 커팅 엣지 알루미늄 트림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오히려 이 담백함이 프리미엄 SUV의 또 다른 방식임을 느끼게 한다. XC90 같은 대형 SUV에서 느끼는 압도감은 없지만, 작고 정갈한 북유럽식 거실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이 있다. 도심 외곽을 달리기 시작하자 XC40의 장점이 하나씩 드러난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B4 파워트레인은 출발과 가속이 매우 부드럽고, 저속에서는 전기모터의 개입으로 엔진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가벼운 조향과 작은 차체는 좁은 골목이나 유턴, 차선 변경이 많은 환경에서 특히 강점을 보였고, 정차 시 엔진의 자동 정지와 재시동도 무척 매끄럽다. 고급 브랜드를 타고 있다는 감각은, 이런 작고 세심한 움직임에서 더 크게 와닿는다. 올림픽대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속도를 올리자 차는 묵직하게 노면을 움켜쥐듯 달린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한 세팅으로 고속 안정성이 좋았고, 차선 유지 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볼보답게 예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바람소리와 노면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어, 컴팩트 SUV임에도 정숙성이 뛰어났다. 몇 번의 급가속 상황에서도 출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고성능은 아니지만, 일상 주행과 고속 순항 모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XC40 블랙 에디션은 단지 겉모습만 특별한 한정판이 아니다. 최상위 트림인 ‘울트라(Ultra)’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파노라마 선루프,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첨단 안전 사양 등 볼보가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이 담겨 있다.여기에 5년 또는 10만km 보증과 소모품 무상 서비스, 15년 무상 OTA, 5년 무상 디지털 패키지까지 더해져 구매 이후의 유지 부담도 현저히 줄어든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 구성은 꽤 매력적이다. 블랙은 그냥 색이 아니라 태도였다. XC40 블랙 에디션은 볼보가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번쩍이는 사치보다는, 절제된 디자인과 실질적인 가치, 그리고 실용성과 감성의 균형을 지향한다.100대가 단 15분 만에 완판된 이유는 분명하다. 5,610만원.작지만 꽉 찬 프리미엄 SUV, ‘내 삶에 꼭 맞는 블랙’의 정답이 여기에 있었다.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