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아프리카와 중동을 무대로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과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인재 육성에 동시에 나선다. 오만에서는 수소전기버스와 초고속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앞세워 국가 차원의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지원하고, 가나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탠다.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현지의 교통·산업 인프라와 인적 기반까지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현대자동차그룹은 9월 3일(현지시간) 오만 살라라 술탄 카부스 문화복합단지에서 오만 교통통신정보기술부(MTCIT), 현지 에너지 유통기업 옴코(OOMCO)와 친환경 모빌리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오만 정부가 추진하는 ‘비전 2040’과 국가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차그룹은 오만 정부 및 현지 기업과 함께 대중교통과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추진하고, 향후 이를 일반 상용차와 승용차 시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만 최초의 수소 시내버스 도입이다. 오만 국영운수사 무와살랏(Mwasalat)은 무스카트 대중교통 노선 가운데 친환경차 전용 ‘그린 루트(Green Route)’를 지정하고 현대자동차의 일렉시티 수소전기버스를 투입해 시범 운행에 나설 예정이다. 수소전기버스가 실제 대중교통 노선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면서 오만의 친환경 대중교통 전환 가능성을 검증하게 된다.충전 인프라 확대도 병행한다. 오만 국영에너지 그룹 OQ의 에너지 유통부문 계열사인 옴코는 친환경 충전 인프라 자회사 이보(EVO)를 통해 할반 지역 옴코 운영 주유소에 현대케피코의 240kW급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운영한다. 약 6개월 동안 충전 성능과 실제 이용 수요를 평가한 뒤 향후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와 전기라는 두 가지 친환경 에너지 축을 대중교통과 충전 인프라에 동시에 적용하는 셈이다.이 같은 움직임은 자동차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친환경 모빌리티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만에서 대중교통을 시작으로 공공서비스 분야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고, 이후 일반 상용차와 승용차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 역시 현대차그룹이 현지 모빌리티 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가나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담당할 사람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자동차는 코이카와 함께 9월 3일 가나 아크라 알리사 호텔에서 자동차 정비기술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현대-코이카 넥스트젠(Hyundai KOICA NextGen)’ 출범식을 열었다. 이 프로젝트는 가나의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현지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다. 현대차와 코이카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50억 원을 5대5 매칭 방식으로 공동 투자한다.구체적인 사업도 상당히 실질적이다. 양측은 가나에 실습 정비소를 갖춘 자동차 정비기술 교육센터 2곳을 설립·운영한다.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단순한 단기 교육시설이 아니라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자립형 정비기술 교육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교육 내용도 과거 자동차 정비교육에 머물지 않는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교육과정을 최신화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미래차 정비기술을 새롭게 포함한다. 새롭게 개발되는 교육과정은 가나 기술·직업교육훈련위원회(CTVET)의 공식 인증을 거쳐 현지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응할 전문 정비인력 양성에 활용될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전동화되는 상황에서 정비 인력 역시 미래차 기술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교육에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와 코이카는 현지 청년들에게 장학금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고, 매년 한 차례 취업박람회를 열어 실제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업 교육과 컨설팅도 운영해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취업뿐 아니라 창업까지 연결되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과 교사 등 총 405명을 직접 지원하며, 교육받은 교사들이 다시 현지 교육 현장에서 전문성을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하고 있다.오만이 친환경 모빌리티 인프라를 구축하는 무대라면 가나는 자동차 산업을 움직일 사람을 키우는 무대인 셈이다. 하나는 수소전기버스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통해 이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차를 제대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접근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이지만 친환경차와 미래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프라’와 ‘사람’을 동시에 준비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가 이처럼 현지 정부 및 국제개발협력기관과 협력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방식의 사업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가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대 넥스트젠(Hyundai NextGen)’을 다양한 국가로 확대해 각국의 자동차 산업과 교육 환경에 맞춘 정비기술 교육 및 전문 인재 육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 발전과 청년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결국 현대차그룹이 오만과 가나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차를 파는 기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의 미래 자동차 생태계를 함께 만드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오만에서는 수소와 전기 기반의 친환경 이동수단과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나에서는 내연기관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로 이어지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할 정비 인력을 육성한다. 친환경 모빌리티가 도로 위에서 제대로 달리기 위해서는 차량뿐 아니라 충전·운영 인프라와 이를 다룰 사람까지 필요하다는 점에서 두 프로젝트가 맞물리는 이유다.현대차그룹은 오만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시티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오만의 ‘비전 2040’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나에서는 청년들의 고용과 자립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 인재 양성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행보가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각 국가의 산업과 인재, 친환경 인프라를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임재범기자 happyyjb@naver.com